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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146호] 천 명의 독자와 함께
천 명의 독자와
함께
2019 고창한국지역도서전
제3회 한국지역출판대상 천인독자상 시상식
“천인독자상은 이름 그대로 천 명의 독자가 만 원, 2만 원씩 십시일반 마음을 담아 전달하는 상입니다.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상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제3회 한국지역출판대상 천인독자상 시상식’에 앞서 ‘2019 고창한국지역도서전’ 이대건 집행위원장(책마을해리 촌장)이 말했다.
천인독자상은 지역출판사 및 저자의 활동을 격려하는 목적으로 만들었다. 지역도서전의 꽃이라고 할 수 있는 한국지역출판대상 천인독자상 시상식은 지역출판을 향한 천 명 독자의 마음을 전달하는 시간이다.
천인독자상은 서울과 파주, 도서전 개최지에서 발행한 도서를 제외하고, 2018년에 발행한 도서를 대상으로 심사를 진행한다. 전국에서 모인 일곱 명의 심사위원은 지역적 특성, 참신한 기획력, 건강한 대중성을 기준으로 작품을 선정했다.
‘제3회 한국지역출판대상 천인독자상’은 경상대학교의 지앤유 출판사가 발간한 허정도 건축가의 《도시의 얼굴들》에 돌아갔다. 《도시의 얼굴들》은 ‘마산’이라는 도시를 거쳐 간 왕, 정치가, 운동가, 성직자 등의 행적을 따라가면서 도시를 다시금 바라보게 만든다.
“《도시의 얼굴들》은 20세기 초중반 마산과 인연을 맺은 열여섯 명의 삶을 추적하고, 흔적을 재생한 책입니다. 수년 전부터 도시재생에 도움 주는 자료를 만들고 싶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던 중 경상대 출판사 지앤유와 인연이 닿았습니다. 사람과 지금은 사라진 도시 공간을 잇는 책을 쓰고 싶었습니다. 이렇게 좋은 상을 받아 영광으로 생각합니다. 감사합니다.”
허정도 건축가는 건축가의 시선으로 마산을 거쳐 간 사람들의 흔적을 쫓으면서 마산을 바라본다. 철저한 자료조사로 지금은 사라진 도시 풍경과 인물을 연결한다. 《도시의 얼굴들》은 심사위원들에게 ‘지역적 특성, 기획력, 대중성을 두루 갖춘 수작’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전라도닷컴의 《스무 살 도망자》와 제주 한그루 출판사의 동시그림책 《청청 거러지라 둠비둠비 거러지라》는 공로상을 받았다.
《스무 살 도망자》는 전라도닷컴 황풍년 대표의 오랜 지인의 고백이다. 《스무 살 도망자》의 김담연(필명) 저자는 영화 〈택시운전사〉에서 배우 송강호가 서울로 되돌아가기 위해 전남번호판으로 바꿔 달리던 장면을 보고 누구에게도 꺼내지 않았던 그 날의 기억을 격정적으로 털어놓았다.
김담연 저자는 1980년 5월 전남도청과 금남로 일대의 시위에 참여했다. 계엄군에게 저격당한 시위대의 참혹한 주검을 보고 시민군이 되었지만 광주 하숙집에 찾아온 부모와 함께 광주를 빠져나가 고향 순천으로 돌아간다. 황풍년 대표는 “《스무 살 도망자》는 아쉬움이 많이 남는 책”이라고 이야기했다. 그 시절 부모 세대가 겪은 시대적 배경 등의 서사를 제대로 담지 못했다는 편집장의 아쉬움이었다.
심사위원들은 “《스무 살 도망자》는 수기인 만큼 문학적, 미학적 표현이 거의 없는 아주 투박한 글이었는데, 바로 그 진솔성이 오히려 이야기의 진정성을 담보하는 것이어서 선정했다”라고 평가했다.
《청청 거러지라 둠비둠비 거러지라》는 김정희 동시 작가가 제주어로 제주 전통문화를 동시로 만든 책이다. 지금은 사라져 가는 제주어와 제주 생활문화 그림이 아름답게 어우러졌다. 제주어가 익숙하지 않은 사람을 위해 표준어 대역도 넣었다. ‘청청 거러지라 둠비둠비 거러지라’는 깅이(게)를 잡을 때 부르던 노래에서 가져온 말이다.
김영훈 한그루 대표는 “지역에서 글을 쓰고, 책을 만들고, 그것을 전하는 일 모두 같은 마음인 것 같습니다. 그 마음이 아름다운 책으로 계속 이어지길 바랍니다. 앞으로 제주의 이야기를 더 좋은 책으로 만드는 데 힘쓰겠습니다”라고 소감을 전했다.
‘제3회 한국지역출판대상 천인독자상’ 공모에 출품된 도서는 총 39종이었다.
글 이지선 사진 이주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