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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145호] "유머+휴머니즘=유머니즘"
"유머+휴머니즘=유머니즘"
마을살이, 자유와 신뢰의 커뮤니케이션: “웃음”
《유머니즘》의 저자 김찬호 교수와 함께하는 마을 인문학
우리에게 웃음은 무엇일까? 돌이켜 생각해 보면 박장대소가 아니더라도 하루에 한 번 이상은 웃는다. 아침에 출근 인사할 때, 대화를 나눌 때, 새로운 사람을 만날 때 등 웃는 이유도 다양하다. 그 안에는 분명 진심이 담기지 않은 웃음도 있다. 김찬호 교수는 저서 《유머니즘》을 통해 유머의 본질과 사회적 연관성은 무엇인지 이야기한다.
웃음이 터지는 순간
오후 6시가 넘은 시간, 대전역은 퇴근 후 발걸음을 옮기는 사람들로 정신이 없다. 집으로 혹은 누군가를 만나기 위해 돌아가는 사람들 틈에서 청춘나들목 지하 3층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지난 4월 24일은 《유머니즘》의 김찬호 교수와의 북토크가 열린 날이었다.
이번 북토크는 지역교육다움에서 주최한 행사이다. 지역교육다움은 《지혜의 곳간: 지역활동가 책으로 잇다》에 가장 많이 소개된 김찬호 교수와 함께하는 ‘마을 인문학-북토크’를 마련했다. 대전뿐 아니라 천안, 전주, 계룡 등의 지역활동가들이 모여 반갑게 인사를 나눴다. 《지혜의 곳간: 지역활동가 책으로 잇다》 출간기념회 이후 오랜만에 만나는 자리에 즐거운 대화가 이어졌다.
지역교육다움의 지희숙 대표는 “오늘 이 자리는 지역에서 활동하시는 분들이 브레이크를 잠시 걸고, 우리 삶과 마을살이에 대해 이야기하는 시간으로 준비했습니다”라고 이야기했다. 참석자들의 간단한 자기소개를 마치고, 김찬호 교수와의 북토크를 시작했다.
“유머는 다른 세계를 상상하는 힘입니다. 웃음은 사회학적 주제라고 할 수 있습니다. 웃음은 상호작용을 통해 나타납니다. 웃음을 나눌 수 있다는 것은 다른 것까지 나눌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김찬호 교수는 유머의 핵심을 ‘의외성’이라고 이야기했다. 예상을 뒤집는 말이나 행동이 웃음을 끌어낸다.
“말은 우리의 삶을 빚어내는 틀입니다. 말은 보호막이자 동시에 감옥이기도 합니다. 어떤 말을 했을 때 상대방에게 기대하는 맥락과 답이 있잖아요. 그래서 아이들을 키우다 보면 웃긴 상황이 많이 나오죠. 어른들은 생각하지 못한 아이들의 대답에 웃음이 터집니다. 하지만 자라면서 그런 말들을 틀렸다고 이야기하니까 저절로 말이라는 감옥에 갇히게 되는 거죠.”
함께하는 이의 마음
유머에 대한 북토크였던 만큼 강의 내내 웃음이 떠나지 않았다. 미스터빈이 나오는 하나의 영상을 함께 봤다. 왈츠가 배경 음악으로 깔리고, 미스터빈의 능청스러운 연기가 이어진다. 화면 속 주인공들은 하나같이 무표정이다. 이들의 절묘한 불일치는 웃음을 일으킨다.
“잘 웃길 수 있는 사람은 허술한 것에 너그러운 사람입니다. 유머의 최고의 경지는 자기를 희화화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자탄해 본 사람은 자신을 기꺼이 바보로 만들 줄 압니다. 그래서 유머는 서로의 바보스러움을 기꺼이 받아들일 수 있는 관계에서 자연스럽게 나옵니다.”
김찬호 교수는 웃음은 관계에서 나오는 것이라고 이야기하며 강조했다. 최근 유머 감각을 키우고 싶어 하는 사람이 많다. 상황에 맞는 유머는 사람에 대한 호감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김찬호 교수 역시 유머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호감’이라고 이야기했다.
“왜 난 유머 감각이 없을까 생각하기 이전에 누구와 무엇을 공유하고 있는지를 먼저 생각해 보면 좋겠어요. 유머 감각보다 중요한 것이 나와 함께 있는 사람의 마음입니다. 요즘은 다들 스마트폰만 보고 있죠. 그래서 관계 속에서 공유되는 스토리가 없어요. 웃음이 관계를 변화시키기도 하지만, 관계가 웃음을 자아내기도 합니다.”
백남준 작가의 장례식장에서 사람들은 넥타이를 잘라 그의 관에 놓았다. 백남준을 애도하는 마음을 담은 퍼포먼스였다. 김찬호 교수는 “웃음은 궁극의 경지를 딛고 일어서기도 합니다. 애도의 자리에서도 기꺼이 웃음을 나누는 것이 성숙한 문화라고 할 수 있습니다”라고 이야기했다.
이날 북콘서트에서는 서로 가지고 있는 인상적인 웃음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관계 속의 웃음에 대한 고민을 함께 나누기도 했다. 두 시간이 눈 깜짝할 새에 훌쩍 지나갔다. 오늘은 진심을 다해 몇 번이나 웃었는지 곱씹어 본다.
글 이지선 사진 이주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