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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문화, 문화의 공공영역이 중요하다
대전문화,
문화의 공공영역이 중요하다
김선건 충남대 사회학과 명예교수의 <대전문화의 성격과 문화운동> 강연
대전문화연대가 ‘2019 대전문화학교: 인간과 문화를 말하다’를 열었다. 총 다섯 번으로 이루어진 이번 문화학교의 첫 번째 시간이 4월 16일(화) 저녁 7시 대전문화연대(대전 중구 중앙로109번길 26, 3층) 강의실에서 있었다. 전 대전문화연대 공동대표이자 적극적으로 시민사회활동에 참여해 온 김선건 충남대 사회학과 명예교수가 문화학교의 첫 강의를 맡았다. 〈대전문화의 성격과 문화운동〉이라는 제목의 강의를 10여 명의 대전문화연대 회원들이 함께했다.
김선건 명예교수는 본론으로 들어가기 전에 지배문화에 대해 이야기했다. 문화 불평등이 존재하는 이 사회에서 문화의 차이는 개인의 취향 정도로 가볍게 취급되지만 문제는 간단하지 않다. 문화의 차이는 경제적 불평등의 산물이다. 결국 세상을 보는 눈 자체를 문화가 제공하는데, 지배문화가 이러한 프레임을 만들어 내는 것이다. 이러한 지배문화에 저항하는 것이 하위문화이다. 하지만 지배문화는 교묘하게 하위문화를 통합하려 하고 사업화한다.
“견고한 지배문화에 틈을 내는 겁니다.”
그는 사회적으로 권력을 장악하고 있는 상층계급과 남성의 지배문화 속에서 성장한 개인들이 하위문화를 통해 사회를 변화시키는 ‘틈’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대전의 문화 역시 마찬가지다. 중계도시라는 불분명한 정체성을 지닌 대전은 개성적인 지역문화가 존재하지 않는다. 대전의 정체성을 보여 주는 제대로 된 축제가 하나 없으며, ‘과학도시’라는 것 자체로 정체성을 만들 수는 없다. 그는 대전이 문화도시가 되어야 한다고 말하며 대전시를 비판했다.
“여태껏 대전 시장들은 모두 토건시장이에요. 제대로 된 문화정책이 없어요. 문화계인사들을 줄을 세워요. 염 시장 때부터 잘못되었죠. 다른 지역은 그렇지 않아요. 대전은 여건은 좋은데 아무런 내용이 없어요. 문화 의사 결정에 시민들이 참여해야 합니다. 성남시와 경기도는 문화정책에 시민들이 참여합니다. 지자체장이 이를 받아들여요. 그게 진짜 거버넌스예요. 그런 측면을 생각해 볼 필요가 있어요. 대전시는 완전히 형식적인 들러리만 세우고 있어요. 대전시 문화정책은 안타까운 부분이 많아요.”
김선건 명예교수는 공공영역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문화정책의 변화를 위해서는 공공영역 문화정책에 시민들이 참여할 필요가 있다. 형식적 관료주의를 열어 재껴야 한다. 사적인 문화생활이 문화상품 소비로 한정이 되며 상품화되는 이 시대에 자본을 견제하고 비판해 시민사회가 여론을 형성하는 문화적 공공영역이 필요하다.
“공공영역이 중요합니다. 여론을 형성하고 문화적인 권리와 문화민주주가 우리의 일상생활에 반영되어야 합니다. 문화가 가지고 있는 공적인 성격 때문에 그것을 만들어 낼 필요가 있습니다. 생활세계 속에서 나오는 시민의 목소리를 제대로 낼 수 있어야 하고 잠재적 장을 반영할 수 있도록 열린 광장을 만들어야 해요. 시민들이 새로운 목소리를 찾아내고 더 큰 목소리를 내야 합니다. 그것이 문화운동이 되는 겁니다. 문화운동은 문화의 변화를 통해 사람을 변화시킵니다.”
문화적인 공공 부분에서 이루어지는 관료적 관행을 철저하게 비판하고 실천하는 것이 필요하다. 문화적 공공변화를 통해 시민들의 능동적으로 참여해야 한다고 그는 말한다.
“복잡한 문화정책 과정을 섬세하게 들여다보고 포착하고, 지역사회의 삶과 밀착된 문화기획자가 필요해요.”
‘문화’라는 것 자체가 공공영역이라는 것, 단순한 소비재가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하는 강의였다. 자본은 얼마나 공기와 같은 존재가 되었는가. 자본주의 사회에서 우리는 어떻게 시민으로 존재할 수 있는가. 일생 동안 소득을 위해 일하고, 자본의 노예가 되어, 지배문화에 종속된 채로 늙어 간다는 것은 참으로 쓸쓸한 일이다. 대전에 문화가 없다면, 우리 모두를 위한 행복하며 개성적인 삶의 방식이 없다면 우리는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지배문화의 검은 손에 일상을 수동적으로 맡겨 버릴지도 모른다.
“지역에서 문화운동을 하려면 이와 같은 전망들을 세울 필요가 있습니다.”
글 사진 이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