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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145호] 도서관으로 향하는 발걸음
도서관으로 향하는
발걸음
원신흥도서관
도서관으로 향하는 길, 머리 위로 쏟아지는 햇살에 왠지 모르게 설렌다. 하릴없이 도서관에서 시간을 보내던 날들이 떠오른다. 학창시절 수업이 끝나면 친구들과 함께 자연스레 학교 옆 도서관으로 흘러들었다. 책을 읽고, 친구들과 중앙 쉼터에서 시시껄렁한 농담을 주고받던 기억에 괜스레 웃음이 삐져나온다. 돌아오지 않을 생생한 기억을 껴안고 오랜만에 도서관으로 향한다.
지난 1월 24일 원신흥도서관이 개관했다. 도안신도시 개발 이후 처음 생긴 공공도서관이다. 그간 원신흥동 주민들은 문화시설에 대한 갈증을 느꼈다. 문화시설 건립에 대한 요구도 지속적으로 이어졌을 만큼 도서관 건립은 주민들의 숙원사업이었다. 이에 유성구는 2014년 공공도서관 건립 기본계획을 수립하고 2017년 8월부터 본격적인 도서관 건립에 들어갔다.
원신흥도서관은 복합교육문화공간으로 사업비 총 149억 원을 들여 지하 1층과 지상 3층, 연면적 3,716.8㎡ 규모로 지었다. 지하 1층에는 주차공간과 주민 소통공간인 어울림터가, 지상 1층에는 어린이자료실과 유아실, 2층은 종합자료실과 갤러리書, 북카페, 3층에는 주민독서모임 및 강좌가 가능한 프로그램실, 열람실과 강당 등 다양한 용도의 공간을 갖췄다.
특히 원신흥도서관의 특징적인 공간으로 3층 열람실 복도가 있다. 공간을 계단식으로 구성해 각 칸마다 앉을 수 있도록 구성했다. 엄숙한 분위기의 열람실이 부담스러운 이용자에게 최적화된 공간이며 커뮤니티 공간으로도 활용 가능하다. 자유로운 분위기 속에서 노트북을 사이에 두고 두런두런 회의하는 모습도 만날 수 있다.
1층 어린이자료실
2층 종합자료실 (ⓒ원신흥도서관 제공)
원신흥도서관에서는 상호대차서비스를 운영한다. 하나의 회원증으로 대전지역 모든 도서관을 이용하고, 어디서나 대출·반납이 가능하다. 또한 도서관 운영시간 이외에도 도서를 반납할 수 있는 무인반납서비스 등 이용자 입장에서 생각한 서비스를 제공한다.
평일 낮, 이미 많은 사람이 도서관에 자리를 잡고 각자의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도서관으로 향하는 길이 한없이 한적해, 이용자가 거의 없으리라는 생각으로 걸음을 옮겼지만 예상 밖의 풍경이었다. 아직 아이들은 유치원과 학교에 있어 1층 어린이자료실과 유아실은 이용객이 몇 없었지만, 지하 1층 어울림터부터 2층 종합자료실, 3층 열람실까지 많은 사람이 이용하고 있었다.
1층 어린이자료실에는 몇몇 아이들이 엄마와 함께 책을 읽고 있었다. 한 이용자는 아이의 하원 시간에 맞추느라 부랴부랴 아이가 읽을 그림책을 골라 서둘러 떠났다. 붙박이 책장 사이사이에는 사각 소파가 있는데, 아이들은 그곳에 눕거나 앉아 다리를 흔들며 책을 읽었다. 근처 책상에 앉은 엄마에게 조잘조잘 책 이야기를 들려주기도 했다.
“아이가 책을 좋아해서 개관하고 자주 오는 편이에요. 이곳에 도서관이 생기기 전에는 구암도서관이나 정림동어린이도서관을 주로 이용했는데, 집과 조금 더 가까운 곳에 도서관이 생겨 오기에 훨씬 편하죠. 아이들이 자유롭게 놀 수 있도록 놀이공간처럼 꾸민 것도 마음에 들어요.”
상대동에 거주하는 신설희 씨는 아이가 유치원에 가지 않는 날이면 이렇게 아이와 함께 도서관에 들른다. 아이와 함께 그림책을 읽으며 오후를 보낸다.
원신흥도서관은 도안고등학교와 진잠천이 흐르는 작은내 수변공원 사이에 둥지를 틀었다. 아이들이 하교 후 도서관을 들르고, 이용자들이 잠시 휴식을 위해 천변을 거니는 상상을 해 본다. 이보다 적절한 위치가 또 있을까. 주변 아파트와도 근접해 있어 동네 주민이 찾기에 좋다. 도서관이 들어서기 전에는 인근 지역 도서관을 이용해야 하는 불편함이 있었지만, 지금은 아이와 함께 또는 조용히 공부하기 위해 한낮의 따스한 햇살을 맞으며 도서관을 찾는다. 긴 겨울이 가고 찾아온 따듯한 봄만큼이나 도서관 개관이 반갑다.
글 이주연 사진 이주연, 원신흥도서관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