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103호]우리는 뻐끔뻐끔 숨을 몰아쉬는 물고기들은 아닌가

 
물고기는 물 밖으로 튕겨 나온 뒤에야 물의 존재를 알 수 있다. 패인 수레바퀴 자국의 남은 물기로 온몸을 버둥거린다. 삶이 목전에 위협을 느껴서야 다시 뒤돌아보는 것이 아니라, 삶들을 비틀면서 감싸고 있는 물기 축축한 사회의 존재를 다시 한 번 의심해볼 수 없는 것일까? 우리는 낙인처럼 패여 있는 수레바퀴 자국 안, 뻐끔뻐끔 숨을 몰아쉬고 있는 물고기들은 아닐까?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리는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헌법 제1조를 그렇게 외치고 불렀건만 과연 무엇이 나아졌으며 우리는 국민이기나 한 것일까? 선거 때만 돌아오는 주권은 있기나 한 것일까?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인가? 민의와 사회의 돌아가는 시스템 사이의 간극, 차이, 괴리는 날이 갈수록 커져만 가는 것은 아닌가?
거시적인 안목은 살아가는 데 별 도움이 되지 않을 수 있다. 밥벌이하기도 힘든데 왜 통찰을 해야 하느냐고 주제넘은 소리라는 핀잔을 받을 수도 있다. ‘지금여기’를 300여 년의 호흡으로 조금 떨어져서 다시 본다고 나아지는 것이 있을까? 하지만 어느 것 하나 이루어지는 것이 없어 분노의 나날을 지내기보다는 생산적일 수 있지 않을까? 이런 질문의 포화 속에 저자들은 박제화된 삶들을 분별해 내게 할 수 있을까?
두 저자의 목소리는 남다른 데가 있다. 고병권 저자는 ‘민주주의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되 삼키고 있다. 또 다른 저자, 마토바 아키히로는 “항아리 속에선 항아리를 볼 수 없다”라는 마르크스의 말을 인용하면서 자본주의를 모르면 자본주의에 당한다고 경고한다.
현재 민주주의는 자본주의가 만들어지는 이전 시점으로 거슬러 올라가야 이해할 수 있다고 한다. 마키아벨리가 여러 공국의 정치가로 조언하던 시대가 아니라 단일한 국가를 만들면서 법 위에 존재하는 주권을 그려내고, 단체별로 조합별로 각각 힘이 다른 집단의 단결을 금지하면서 동등한 인민을 만들어 내는 과정을 살펴보아야 한다고 한다. 보댕, 홉스, 루소는 토지와 마을에 귀속되는 개인이 아니라 홀로 어디든 갈 수 있는 법적으로 분리된 개인화되는 과정을 발명해 내고 균질한 통일된 인민을 셀 수 있게 되기까지 끊임없이 사유했다. 그리고 그 사상을 토대로 근대국가가 발견되었다. 그 한가운데 외톨이가 된 개인은 사회계약이나 맹약이라는 형태로 자신의 권리를 양도하는 상상의 과정이 있었던 것이다. 단결할 수도 없는 개인의 존재임과 동시에 국가의 인민이 되어가는 과정과 연결된 것이다. 그 과정은 동시에 국민이 되는 것이었다. 필연적으로 크고 힘센 짐승 같은 민주주의의 위험을 감수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 대의제인 대표를 선출하는 방법이었다고 한다. 이것이 지금 여기 민주주의의 속성과 같은 시작이며 아무런 해결도 할 수 없는 현재 민주주의의 봉착점이기도 하다. 봉건주의, 절대군주시대와 달리 법위의 힘인 주권이라는 개념이 만들어지고, 균질화된 인민이 법적인 힘을 갖고 대표를 통해 권한을 행사하는 것, 주권=인민=대표 체계는 대의민주주의제의 출발이면서 자본주의의 탄탄한 지반을 다지는 것이라고 한다.
이 그물망에서 ‘난민’은 국가도 없고 주권도 없고 국민도 아니면서 대표할 수 있는 민주주의도 없는 존재이다. 살아있으되 아무런 주권도, 법적인 힘도 가질 수 없는 존재인 것이다. 추방되는 이주노동자나, 선거권이 없는 청소년은 아무 것도 아니다. 비정규직도, 선거하지 않는 유권자도 결코 대의 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안타깝게도 이 그물에서 빠져나가는 ‘사이존재’는 갈수록 늘어나고 있으며, 현 대의민주주의 그물에서는 대표될 수 없다. 그들은 민주주의의 하수구에 빠진 채 민주주의의 밧줄을 잡을 수 없다.
발라낸 개인으로 성장한 자본주의도 현미경으로 들여다보는 미시적인 접근으로는 그 많은 변화를 헤아릴 수가 없다. 자본주의에 대한 통찰은 자본주의라는 틀 속에 수많은 경제행위를 연구하는 경제학자들에게서 파악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아이러니하게도 정치경제학을 비판하는, 자본주의의 삶 밖을 보고자 한 마르크스의 자본주의 연구만한 시각이 없던 것이다. 『위험한 자본주의』라는 책은 저자가 마르크스의 자본론을 40여 년간 연구하면서 현실의 변화를 반영하여 대학생들에게 쉽게 강연한 것이다. 그 사유와 연구를 통해서 현재의 자본주의가 얼마나 세계화하면서 국지적으로 구도를 바꾸고 있는지 보여준다. 최근 TPP의 경제협력이 가지고 있는 위험성은 공적연금의 민간보험화와 대학교육의 세계적인 균질화와 시장화에 있다는 점을 경고하고 있기도 하다. 민주주의가 자본주의의 틀 내에 어떻게 한계 지을 수밖에 없는지 그 이력들을 세세하게 밝히고 있다.
두 권의 책을 통해서 독자가 작은 통찰을 얻을 수 있기를 기대한다. 우리 삶의 전제가 되는 민주주의 시스템과 300여 년 움직여온 자본주의의 얼개를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면서 민주화 이후의 민주주의는 늘 새롭게 시작하는 것임을 다시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 삶의 전제가 되는 자본주의-민주주의 경계에 대한 시선을 놓치고선 좋은 삶도 함께하는 삶도 점점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시인 김수영은 후배 고은에게 이런 말을 했다고 한다. “…그중에서도 너를 제일 사랑한다. 부디 공부 좀 해라. 공부를 지독하게 하고 나서 지금의 그 발랄한 생리와 반짝거리는 이미지와 축복받은 독기가 죽지 않을 때, 고은은 한국의 장 주네가 될 수 있다. 철학을 통해서 현대공부를 철저히 하고 대성해라. 부탁한다.”

비교적 얇고 서술하는 대로 읽어나가면 금방 책의 마지막 페이지에 다다를 수 있다. 그대 독서에 진전이 있기를 바란다. 세상을 보는 눈도 이 시선들로 인해 조금이라도 초점이 맞추어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저자들의 무등에 타고 잠깐이라도 멀리 바라보며 안타까운 시선을 느낄 수 있었으면 한다.
시민아카데미 기획 강좌 안내

강좌명

보편적 풍요를 위한 경제학

일정

1강_우리가 살고있는 경제사회의 철학적 기초:신자유주의
2강_자유시장인가, 관리되어야 할 시장인가
3강_금융의 지배인가, 생산의 지배인가
5강_보편적 풍요와 안정을 위하여:새로운 경제질서의 모색

강사

조복현 교수(한밭대 경제학과)

일시

11월 11일 ~ 12월 23일 (격주 수요일) 저녁 7:30

장소

대전시민아카데미 책방(둔산초 정문 앞)

수강료

6만원(회원 4만원)

계좌

농협 173652-55-000631
(예금주 대전시민아카데미)

문의

042.489.2130/ tjca@hanmail.net

*본 강좌는 대전시민아카데미가 보유한 사람라이브러리의 재능나눔 프로그램입니다.
글 사진대전시민아카데미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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