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145호] 우리가 만든 무대로

우리가

만든 무대로

     

직장인 동호회 '모락' 정원석 단장, 김도현 단원

      

      

조명이 꺼지고, 순식간에 고요가 무대를 뒤엎는다. 무대 위에 오른 배우는 저 멀리 어딘가를 바라보며 연기를 시작한다. 지금까지와는 다른 나의 모습을 선보인다. 짧게는 60분 길게는 120분의 시간이 지나면 배우들은 다시 무대에 올라 관객을 바라본다. 열렬한 박수와 함성이 공간을 가득 채운다. 지난해 8월 창단한 직장인 뮤지컬 극단 ‘모락’이 얼마 전 다섯 번째 공연을 마무리 지었다. 

 


 

정원석 단장(왼쪽), 김도현 단원(오른쪽)

 

이름처럼 ‘모두가 즐겁게’
극단 모락은 대전에 있는 직장인 뮤지컬 극단이다. 모락은 ‘모두가 즐겁게’ 노래하고 춤추며 공연한다는 의미를 담았다. 극단 모락은 지난해 8월 정원석 단장과 네 명의 운영진을 주축으로 창단했다. 현재는 60명 정도의 회원이 가입한 제법 규모 있는 직장인 뮤지컬 극단이다.
“뮤지컬을 시작한 지는 이제 3년 정도 된 거 같아요. 제가 대학을 다닐 때 체험 뮤지컬 수업이 있었거든요. 꼭 한번 들어 보고 싶었는데 인기가 많은 강의여서 매번 수강 신청에 실패했어요. 그게 계속 아쉬움으로 남았죠. 직장 때문에 대전으로 내려오고 나서 소모임 앱을 통해서 대전 직장인 뮤지컬 극단에 가입했어요. 초창기에는 다른 극단에서 활동하다가 마음 맞는 사람들끼리 모여서 모락을 창단했죠. 운영진 추천으로 제가 단장을 맡았어요. 부담도 있었지만, 하고 싶은 마음이 커서 거절하지 않았어요.”
극단 모락의 단원들은 모두 비전공자이다. 노래 부르는 걸 좋아해서 시작한 사람도 있고, 공연 보는 걸 좋아해서 시작한 사람도 있다. 직업, 성격, 삶의 방식까지 각양각색의 사람을 하나로 묶은 것은 바로 ‘무대’이다.
정원석 단장과 함께 운영진으로 있는 김도현 씨는 모락에서 인사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평소에도 친화력이 좋은 김도현 씨는 기존 단원들은 물론이고 새내기 단원들이 잘 적응할 수 있도록 관리하고 있다. 
“한 번도 무대에 오르지 않은 친구는 있어도 한 번만 무대에 오른 친구는 없어요. 작품 하나를 올리려면 기본적으로 3~4개월 정도 준비해요. 연습 시간을 정해서 일주일에 두 번씩 연습을 진행하고, 공연이 다가올수록 연습량을 늘리고 있어요. 다들 본업이 있으니까 개인 시간을 투자하는 게 쉬운 일은 아니에요. 힘들 때도 있죠. 같이 부딪치며 함께하고 있어서 그런지 더 애틋한 마음이 들어요. 작품 하나를 끝내고 나면 친해질 수밖에 없더라고요.”
창단한 지 1년도 되지 않은 극단 모락은 벌써 다섯 번의 공연을 진행했다. 초창기 서른 명 정도였던 단원도 두 배로 늘어났다. 처음 극단을 창단할 때의 우려와 걱정이 기대와 즐거움으로 바뀐 지 오래다.  

   
함께 나이를 먹어 간다는 것 
정원석 단장과 김도현 씨는 창단 멤버인 만큼 극단에 대한 애정도 높다. 함께 극단을 오랫동안 하고 싶은 이유는 ‘사람’ 때문이라고 입을 모아 이야기한다. 정원석 단장은 오랫동안 함께하는 것이 곧 창단의 목표라고 이야기한다.  
“정말 좋은 사람들이 함께하고 있어요. 10년, 20년 후에도 함께 모여서 이전에 했던 작품을 다시 무대에 올리면 좋겠다고 생각해요. 저희 대부분이 20대 때 만나서 지금 거의 30대로 접어들었거든요. 함께 나이를 먹어간다는 것도 좋아요. 지금은 대부분 미혼인데 그때가 되면 자식들이 공연을 보러 오겠죠? 그것도 재밌는 일이지 않을까 생각해요.”
극단 모락의 운영진은 창단 초기부터 회칙을 꼼꼼하게 세웠다. 운영방식부터 규칙 등 회칙 내용만 열다섯 페이지에 달한다. 정원석 단장은 “원칙을 정확하게 세워 놓지 않으면 오랫동안 함께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단호하게 이야기한다. 
극단 모락의 단원들은 일주일에 5일은 만난다. 누구도 의도하지 않았지만 이제는 자연스러운 일상이다. 연습이 없더라도 연습실을 방문해서 만나기도 하고, 시간이 맞는 사람끼리 공연도 보러 다니고 운동도 함께한다. 기쁜 일도 어려운 일도 함께 나누고 있다. 
김도현 씨는 “작품을 선정하고 나면, 보통 오디션을 통해서 캐스팅을 진행해요. 다들 무대에 대한 욕심이 있고, 애정이 있어서 오디션도 굉장히 치열해요. 공연이 끝나고 나면 촬영한 영상을 같이 보는 영상회도 진행하고 있어요”라고 이야기했다.

 

극단 모락의 단원들

   
처음부터 끝까지 우리가 있는 무대 
“무대 앞에 선다는 것이 생각보다 어렵지 않아요. 저희 단원 중에 음치도 있고, 몸치도 있어요. 꼭 잘하지 않아도 괜찮아요. 같이 성장하는 게 중요하죠. 즐기려고 함께하는 일이기 때문에 일상이 무료하고,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함께하면 좋겠어요.”
평소 음악을 좋아해 뮤지컬을 시작한 김도현 씨는 노래를 잘하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라, 함께 즐기는 것이 중요하다고 이야기한다. 함께 무대에 올라 우리들만의 공연을 선보이는 그 자체를 즐기고 있다. 무대 위의 뿌듯함과 희열은 겪어 보지 않았다면 쉽사리 설명할 수 없다. 
정원석 단장은 극단 모락의 창작 뮤지컬을 선보이고 싶은 바람을 내비치기도 했다.
“지금 창작 뮤지컬을 하고 싶은 마음이 있어요. 제가 직접 집필을 할 예정이고요. 글을 써 본 적은 없는데 강의도 듣고 배우려 계획하고 있어요. 단원 중에 작곡하는 친구가 있어서 그 친구가 음악을 맡을 거예요. 우리만의 공연도 꼭 선보이고 싶어요.”
비전공자들이 모여 만드는 공연이기 때문에 어딘가 허술한 점도 있고, 실수도 있다. 매 순간 최선을 다하지만 이들이 추구하는 것이 꼭 ‘완벽함’은 아니다. 모락이라는 이름처럼 즐거운 무대를 위해 오늘도 단원들은 연습실로 향한다.

 


글 이지선

사진 이지선, 극단 모락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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