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144호] 김운하 작가 장편소설 출간 기념 강연

"떠남, 결별이란 단어를

입술에 올리자, 

나도 모르게 마음이 아려왔다"

    

김운하 작가 장편소설 《나는 나의 밤을 떠나지 않는다》

출간 기념 강연

  


  

  

김운하 작가는 강연 끝에 소설 낭독을 시작했다. 이 장편소설의 맨 마지막 장 〈마라도〉를 읽기 시작하자 사람들은 고요하게 집중하기 시작했다. 소설을 낭독하는 순간 각기 흩어져 있던 마음들이 소설 속으로 동시에 빠져들어 가는 기분이다. 극장에 앉아 여러 사람들과 영화 속으로 빠져드는 것처럼 그 순간 동시에 하나의 텍스트를 듣는 경험은 매력적이다. 그것도 그 책을 쓴 저자가 읽어 준다면 더없이 완벽하다. 
김운하 작가는 자신이 경상도 말투를 써서 낭독하기에 적합하지 않다며 수줍게 글을 읽기 시작했다. 낭독의 힘은, 길고 긴 말보다 셌다.  
지난 3월 14일 목요일 저녁 7시, 계룡문고에서 있었던 김운하 작가 장편소설 《나는 나의 밤을 떠나지 않는다》 출간 기념 강연이었다. 이렇게 작가의 소설 이야기도 듣고, 낭독도 듣는 시간을 가졌다. 계룡문고에서 매달 둘째 주 목요일에 만나 책 이야기를 나누는 ‘진격의 독서단’과 함께였다. ‘진격의 독서단’은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독서모임이다. 이날도 김운하 작가의 강연을 듣기 위해 처음으로 온 분들이 있었다.
김운하 작가는 소설가이자 인문학자로 다섯 권의 소설책과 다섯 권이 넘는 인문교양서를 펴냈다. 1964년 경북 영천에서 태어나 서울대 언론정보학과를 졸업하고 뉴욕대학교 대학원에서 철학을 수학한 그는 1995년 《문학사상》 신인상을 수상하며 본격적인 소설가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2001년 《137개의 미로카드》를 마지막으로 거의 18년 만에 출간한 장편소설 《나는 나의 밤을 떠나지 않는다》는 그의 소설가로서, 인문학자로서의 축척된 사유들이 총 집대성된 책이다.  
“《137개의 미로카드》는 유고집 형태의 소설이에요. 비평가들이 이 소설을 보고 충격을 받았죠. 원래 3부작으로 생각을 하고, 소설을 썼는데 몇 년 사이 세상이 바뀌었어요. 그다음으로 이어지는 책을 내려고 했더니, 돌아온 대답이 너무 대중성이 없다는 거였죠. 잘 이해가 안 되었어요. 그 이후로 소설과 멀어졌어요. 10년간 인문학자로서 인문학 책을 냈어요.”

  

  
이번 장편소설이 그에게 얼마나 큰 의미인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18년의 침묵을 깨트린 건 제주에서의 기억이다. 그의 기억이 그를 다시 소설로 이끌었다. 10여 년 전 갑자기 떠난 제주에서 보낸 시간이 현재의 그에게 강렬한 기억으로 돌아왔다.   
“제주도에 머무는 1년은 제 인생의 휴가였어요. 서귀포 신산리 바닷가의 초가집이었어요. 지인의 별장이었는데, 창문을 열면 200미터 앞에 바다가 보였죠. 밤이면, 정말 캄캄해요. 이 밤이 주는 무게라는 걸 처음 느꼈죠. 태초의 혼돈이라는 것이 이런 게 아닐까. 거대한 암흑과 마주해 있을 때의 공포, 우주적 경외심. 정말 그 느낌은 말로 표현 못 해요. 집에서 책 읽고 매일매일 바다에 나가서 산책했어요. 매일매일 바다색이 달라지는 걸 바라봤죠. 그때 많은 걸 깨달았어요.” 
하지만 재미있게도 김운하 작가는 자신이 절대 시골에서는 살지 못하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단다. 제주에서 느지막이 일어나 밖으로 나가면 바닷가에 개와 아이들밖에 없고 동네는 텅 비었다. 그 당시에는 시외버스 타고 한 시간을 가서야 커피를 사 마실 수 있었다. 무척 외롭고 고독했지만 꼭 필요한 혼자만의 시간이었다. 이 시간을 거쳐 내적으로 결이 달라졌다. 그 인상 깊었던 경험이 이 소설의 시작점이 되었다. 
김운하 작가는 문학이란 이야기라기보다 언어예술이라고 말한다. 언어와 사유의 깊이가 언어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본다.
“한국에는 새로운 실험이 없어요. 나라도 다르게 써 보자 생각했어요.”
나의 내적 운명. 나는 누구고, 어디에서 왔으며, 어디로 가고, 무엇을 해야 하는지. 그것에 대한 답은 어디에도 없다. 이 책은 그런 질문을 담고 있다.

  


글 사진 이혜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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