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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141호] 《혼잣말들》 이정현 작가
'고심해서 건넨 말 한 마디가
침묵을 이길 수 있으면 좋겠다'
《혼잣말들》 이정현 작가
“내가 삼킨 말들은 모두 어디로 가는 걸까. 그것들만을 위한 무덤이 따로 있는 걸까.”
지속적인 문학 활동을 추구하는 대전 청년 문학동인, ‘혼잣말들’의 멤버 이정현 작가를 만났다.
2017년 7월 1일, 대전에 있는 아마추어 문인들이 모여 글을 쓰고 이야기하고, 그 결과물로 출간 및 전시를 하고자 출발한 모임이다. 각자의 혼잣말이 모여 ‘혼잣말들’이라는 모임이 됐다.
2017년 청년문화활성화사업의 지원을 받아 사업을 진행했고, 2018년에는 대전 경제통상진흥원에서 대전청년커뮤니티 활성화사업으로 지원받아 진행했다. 지원을 바탕으로 창작 글을 나누고 묶어 12월 7일 《혼잣말들 1호》를 출간했고, 2018년 9월 14일, 《혼잣말들 2호》를 출간했다. 두 권의 책과 두 권의 합평집이 세상에 나왔다. 합평집은 멤버만 공유하는 기록이다. 1호를 출간하고 유성구의 세러데이카페에서 전시도 작게 열었다. 2호 출간 때는 기념 북콘서트를 열어 낭독과 작가와의 만남도 가졌다. 그들은 그렇게 꾸준히 혼잣말을 하고 있었다.
“글을 먼저 만나서 서로에게 조금 더 진솔하게 다가갈 수 있다.”
문학이 좋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 오로지 서로의 글을 통해 서로를 알아 간다. 자신이 쓴 글을 공유한다는 점에서 굉장히 사적인 모임이지만, 사적인 대화는 나누지 않는다. 취미를 공유하고 서로에게서 위안을 얻는다. 자유로운 방식으로 혼잣말을 하고, 혼잣말은 모여서 더는 혼잣말이 아니게 됐다.
이정현 작가는 멤버들의 모임에 대한 사랑이 각별하다 말한다. 어려운 창작 과정이 힘에 부치다가도 글로 얽힌 연대감으로 계속 해 나갈 힘을 만든다. 모임은 격주에 한 번씩, 일요일에 모인다. 처음에는 북카페 이데에서 모임을 가졌다가 현재 대전 삼요소로 그 장소를 옮겼다며 웃는다. 책을 내고 난 이후의 삶이 궁금해 질문했다.
“글을 꾸준히 쓸 수 있게 됐다. 멤버 중에 이미 꾸준히 쓰는 이들이 있었지만, 나의 경우 불성실하게 쓰는 편이라, 마감에 맞춰 한 달에 한 번 글을 쓸 수 있게 됐다는 점이 개인적으로 생긴 가장 큰 변화다. 무엇보다도 취미로 글을 쓴다는 게 마이너한 취미인데 그런 사람들이 모여 각자의 이야기를 나누고 들어주는 모임이 있다는 건 그 자체로 좋다.”
현재도 모임을 이어오고 있다. 2018년에는 문학도서 낭독과 토론도 함께했다. 모임 1부에서는 합평을 진행하고, 2부에서는 낭독과 토론을 하는 방식으로 진행하는데, 하다 보면 네 시간은 기본으로 지나간다.
1호의 책 표지는 얼굴 없는 얼굴이다. 이정현 작가가 표지에 있다. “얼굴이 다 지워졌는데도 다 아시더라”며 웃는다. 책 디자인 작업도 모두 능력 있는 멤버들의 손을 거쳤다. 북콘서트 당시 나눈 엽서 12종은 이정현 작가의 작품이다.
1호 때는 멤버끼리 책을 내는 데 크게 의의를 뒀다면 2호는 지역에 있는 독립서점에 되는 대로 들러 입고했다고 한다. 이정현 작가를 비롯한 혼잣말들의 멤버들은 그들을 알리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다. 싫은 눈치의 서점도 있었으나, 꿋꿋하게 입고했다. 또 청춘나들목을 운영하는 대청넷 커뮤니티와 경제통상진흥원의 커뮤니티 지원사업이 콜라보한 적이 많아 행사 때마다 참여해 알렸다. 행사 진행 때도 열심히 뛴 결과 글을 쓸 수 있는 플랫폼 등을 물어보며, 관심을 표하는 이가 많았다. 지난 2018년 9월 1일 북콘서트를 진행할 때도 지인만의 모임 정도로 예상을 했었는데, 서점에서 보고 온 독자가 많아 굉장히 뿌듯했다고 한다. 이들은 그렇게 세상에 흔적을 남기고 있다. 자주, 오래도록 이어온 그들이 궁금해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는지 물었다.
“모임이 끝나면 1년 동안 수고했다는 의미로 송년회 비슷한 걸 했었다. 2017년에 조촐한 송년회를 끝내고 시간되는 이들만 남아 보드게임을 했다. 사실 이 모임은 글에 관련한 얘기를 제외하곤 사적인 얘기를 안 하는 모임이다. 글로만 알게 되는 관계였는데 보드게임을 하며 나눈 작은 대화들이 ‘아, 이런 사람이기 때문에 그런 글을 쓸 수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그날이 크리스마스였기 때문에, 작가 레이몬드 카버의 《대성당》 소설 속 느낌이었달까(웃음). 진정한 크리스마스 저녁이라는 느낌. ‘이런 게 크리스마스 저녁이구나’ 했었다.”
현실적인 문제로 모임에 남아있지 못하는 멤버가 생겼다. 모임을 진행하면서 대전에만 국한했던 지역이 조금씩 넓어졌고 다가오는 3~4월, 새로운 멤버를 충원할 예정이라 한다. SNS를 통해 모집할 생각이다.
“청년들이 떠도는 시대인 만큼 현실적인 이유 탓에 만나지 못하는 인연들이 아쉽다. 2019년에도 이 모임은 이어질 예정이니, 글 쓰는 걸 좋아하는 이들이 ‘혼잣말들’의 문을 언제든 두드려 주면 좋겠다. 그리고 책도 봐 주면 감사하겠다. 온라인으로도 구매 가능하다(웃음).”
글 사진 김서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