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143호] 미술관의 또 다른 속을 들춰 보다

미술관의

또 다른 속을 들춰 보다

 

국립현대미술관 청주관

  

평생 동안 우리는 한 미술관에서 얼마나 많은 수의 작품을 만날까. 아마 그 미술관이 소장한 작품 전체를 만날 수 있는 일은 쉽지 않을 거다. 미술관은 수장고 안에 소장품을 보관한다. 그 수많은 작품 중 일부는 기획에 맞춰 밖으로 나왔다가 전시가 끝나면 다시 수장고로 돌아간다. 개중에는 오랜 시간 빛을 보지 못하는 작품도 있을 테다. 그렇게 숨어있던 작품들이 드디어 사람들의 눈길을 받고 이야기되어진다. 국립현대미술관 청주관(이하 청주관) 개관이 그 시작이다.

 


 

1층 개방형 수장고

 

100% 모두를 보여 주다 

경기도 과천 본관을 시작으로 서울관, 덕수궁관 총 세 곳에 자리한 국립현대미술관이 지난해 12월 27일 네 번째 미술관인 청주관을 개관했다. 지상 5층 규모로, 열 개의 수장공간과 열다섯 개의 보존과학공간, 기획전시실 한 개, 교육공간 두 개, 라키비움 및 관람객 편의시설 등을 갖춘 복합문화공간으로 조성했다. 
청주관은 국립현대미술관의 첫 지방 분원이다. 지난 2012년 청주시와 MOU 체결 이후 2017년 3월부터 약 2년간의 옛 연초제조창 재건축 과정을 거쳤다. 연초제조창은 1946년 설립되어 가동을 멈추고 방치되기까지 청주를 대표하는 산업시설이자 국내 제1의 담배공장이었다. 공장의 쓰임을 다한 공간은 재건축을 통해 국립현대미술관의 주요 소장품을 수장·전시하는 미술관으로 탈바꿈하여 문화재생의 사례로 주목받고 있다. 또한 ‘도시재생 활성화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에 의거해 전국 최초로 지방자치단체 재산을 국가에 무상 양여하여 활용한 사례로도 꼽힌다. 
현재 청주시는 동부창고를 시작으로 국립현대미술관 청주관까지 옛 연초제조창을 리모델링했다. 남은 핵심 건물은 국도교통부가 민간참여 도시재생사업 대상으로 선정해 지난해 4월 공사에 들어갔다. 올해 7월 준공 예정인 이곳은 10월에 있을 청주국제공예비엔날레 개최를 준비 중이다. 청주관 또한 협업을 통해 청주국제공예비엔날레 진행에 힘을 더할 예정이며 지역 문화예술에 힘쓰고자 한다. 
청주관은 국내 유일의 수장형 미술관이다. 분관 개념보다는 작품 수장에 목적을 두고 조성한 공간이다. 국립현대미술관이 보유한 작품을 수장·보존하는 것이 청주관의 첫 번째 역할이다. 앞으로 2021년까지 국립현대미술관의 소장품 약 5,000여 점을 청주관으로 옮길 예정이다. 
청주관 개관 계획의 시작은 지난 2011년 진행한 ‘미술품 수장·보존센터 건립방안 연구’에서부터였다. 국립현대미술관의 소장품 수는 계속해서 늘어났지만, 공간은 한정적이었기에 수장 공간이 절실했다. 청주관 김재학 주무관의 말에 따르면, 국립현대미술관이 보유한 작품 수는 1,100여 점이 넘지만 각 국립현대미술관 기획전에 쓰이는 소장품은 전체의 10%도 되지 않는다. 전시된 10%를 뺀 나머지 90% 역시 관람객이 감상할 수 있도록 소장과 동시에 전시하는 것이 청주관의 특징이다.

 

4층 미술은행 수장고

 

낯섦을 내보이다

청주관의 ‘개방형 수장고’와 ‘보이는 수장고’는 수장형 미술관인 청주관의 특징을 가장 잘 드러내는 공간이다. 소장품을 보관하는 목적에서 나아가 보관 중인 작품을 관람하게끔 한다. 두 수장고를 통해 미술관이 보유한 작품을 관객이 전부 감상할 수 있지만, 두 공간은 조금 다른 특성을 지닌다. 완전 개방된 1층 ‘개방형 수장고’에는 비교적 작품 훼손 위험이 적고 보관이 쉬운 조각품 위주로 전시한다. 그에 반해 온습도에 민감한 회화 작품은 2층 ‘보이는 수장고’에 보존·전시해 작품 훼손을 막는다. 관람객은 유리벽 너머로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수장고와 더불어 보존과학실 역시 개방했다. 그동안 미술관의 수장고와 보존과학실은 일반인 출입이 제한된 공간이었고, 그렇기에 일반 관람객은 수장고는 물론 보존과학실 존재 여부에 대해 잘 모르는 게 일반적이었다. 그런 보존과학실을 ‘보이는 보존과학실’로 운영해 유화 보존처리실, 유기·무기 분석실 등 보존 전문 공간과 수복 과정을 공개해 미술품 보존처리과정을 가까이에서 확인할 수 있다. 
청주관은 국내 유일의 미술품종합병원으로서의 공적 기능도 강화할 예정이다. 국립현대미술관 소장품뿐만 아니라 타 공공·민간 미술관 소장품 역시 보존처리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시행하고자 한다. 
3층 수장고에서는 미술은행 소장품을 전시한다. 미술은행은 국립현대미술관 소장품을 다른 미술관에 대여하는 시스템으로, 대형 작품보다는 이동이 쉬운 작은 크기의 작품으로 이루어져 있다. 
아직 공식 오픈되지 않은 몇몇 공간도 있다. 4층 특별 수장고와 3층 라키비움이다. 올해 말 운영 예정인 특별 수장고는 연구목적을 가진 전문가에게만 개방하는 공간이다. 라키비움은 라이브러리와 아카이브, 뮤지엄을 결합한 단어로, 국립현미술관 소장품의 모든 정보를 확인할 수 있는 공간이다. 국립현대미술관이 수집한 역대 출판물부터 작가 파일, 싱글 채널 영상 등 다양한 도서와 자료를 준비 중이다. 또한 청주 지역 작가와 동시대 주요 작가들의 자료를 수집·정리·기술해, 올해 11월 공간 운영에 들어간다. 
5층은 기획전시실로, 오는 6월까지 <별 헤는 날: 나와 당신의 이야기> 전시를 진행한다. 이번 전시는 사람과 사람, 우리 주변 이야기를 담았다. 
관람객에게 수장형 미술관은 굉장히 낯선 존재다. 청주관에 대한 사전 정보 없이 전시 관람을 위해 방문했다가 1층 개방형 수장고를 맞닥뜨리곤 당황하는 관객을 종종 마주친다. 청주관 김재학 주무관은 “관람객의 절반은 청주관의 기능에 대해 미리 알고 오지만, 그 절반은 전혀 모르고 방문하는 사람들이다. 전시를 보려면 어디로 가야 하느냐 하는 질문을 받기도 한다”라며 “정기적인 도슨트나 전시 해설을 운영할 계획이 있다. 아무래도 익숙지 않은 공간이기 때문에 관람객의 작품 이해를 높이기 위해 계속 보완해 나갈 예정이다”라고 이야기 했다. 또한 현재 소장품 위주의 미술사 교육을 진행해 보다 심도 깊은 작품 이해를 돕고 있다. 
사람들의 인식을 바꾸는 것, 청주관이 풀어 나갈 과제이다. 아직은 낯설다는 인식이 있지만, 청주관을 통해 관람객은 미술관의 보지 못한 뒷면을 확인하고 경험할 수 있다. 보다 폭넓은 문화예술 향유의 기회가 열린 셈이다. 또한 빛을 보기만을 기다리는 창작물에서,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고 또 다른 영감이 되는 ‘무엇’이 될 수 있는 자리이다.

 


글 이주연 사진 이주연, 국립현대미술관 청주관 제공

관련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