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105호]목판화가 배결주

목판을 깎는 한밤중,
사각사각첫눈 밟는
소리가 난다
목판화가 배결주
나무
목판화는 나무판을 깎아 잉크를 바르고, 종이로 찍어 내 완성한다. 직접 그리는 것이 아니라 간접적이다.
결과물과 작가 사이에 ‘나무’라는 존재가 슬쩍 끼어들어 있다. 나무는 단단하다. 단단하지만 조각도로 비교적 간단하게 원하는 형상을 파낼 수 있다. 단순한 스케치는 나무의 몸을 입고 목질이 지닌 개성적인 질감을 드러낸다. 때로는 거칠게, 때로는 부드럽게. 언제나 그랬듯이 나무는 그 자체로 이미 훌륭한 예술품이다. 거기다 작가의 손길과 혼이 미치니 더욱 기대할 만하다. 밑그림이 썩 뛰어나지 않아도 목판으로 파내어 찍으면 간결하게 표현된 흑과 백의 조화 속에서 그것은 또 다른 매력으로 다가온다.
목판화는 나무판을 깎아 잉크를 바르고, 종이로 찍어 내 완성한다. 직접 그리는 것이 아니라 간접적이다. 결과물과 작가 사이에 ‘나무’라는 존재가 슬쩍 끼어들어 있다. 나무는 단단하다. 단단하지만 조각도로 비교적 간단하게 원하는 형상을 파낼 수 있다. 단순한 스케치는 나무의 몸을 입고 목질이 지닌 개성적인 질감을 드러낸다. 때로는 거칠게, 때로는 부드럽게. 언제나 그랬듯이 나무는 그 자체로 이미 훌륭한 예술품이다. 거기다 작가의 손길과 혼이 미치니 더욱 기대할 만하다. 밑그림이 썩 뛰어나지 않아도 목판으로 파내어 찍으면 간결하게 표현된 흑과 백의 조화 속에서 그것은 또 다른 매력으로 다가온다.
 

Facebook_30x27.5cm_2015_Woodcut
 

빨래_19.3x21cm_2013_Woodcut
지난해 11월 19일부터 12월 2일까지 갤러리메르헨에서 배결주 개인전이 있었다. 목판화 작품만 총 30점이 전시되었다. 작품은 다양하다. 풍경과 정물에서부터, 추상적인 이미지들까지 목판화로 소화할 수 있는 영역이 꽤나 넓다는 걸 보여 준다. 먼저 눈에 띄는 작품은 [빨래].
빨랫줄에는 반팔셔츠가 하나 걸려 있다. 거친 조각도 자국이 마당과 하늘의 경계를 가르고 마당은 환한 흰빛의 여백으로, 하늘은 목판의 자국이 느껴지는 검은빛으로 대조를 이룬다. 검정과 하양의 대조, 그 위쪽으로 빨랫줄이 대각선으로 가로놓여 긴장감을 더한다. 바람에 흔들리듯 약간 기우뚱한 반팔 셔츠. 형태와 색이 생략된 자리에 여백이 자리 잡는다. 그 여백은 감상자의 상상력으로 채워진다.
한남대학교 미술교육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 서양화 미술과를 졸업한 배결주 작가는 그동안 모두 여섯 번의 개인전을 열었고 판화 개인전은 이번이 처음이라 한다. 판화는 시작한 지 2년 정도밖에 되지 않았지만 그는 판화의 매력에 푹 빠져 있다. 판화 작업은 좁은 공간에서도 어디서나 할 수 있고 구상적인 것에 구애를 받지 않는 게 좋다. 구체적 디테일이 중요하다기보다 사람이든, 풍경이든, 정물이든 목판화 작업을 거치며 간결하게 표현되는 것이 매력이다.
반전
목판화는 나무판에 음각으로 새겨지는 부분이 희게 보이고, 파고 난 뒤 도드라지게 남은 부분이 검게 보인다. 방향도 반대로 뒤집힌다. 그런 면에서 판화에는 ‘반전의 묘미’가 있다. 새기는 것과 다른, 예상되지 않는 결과가 기다리고 있다고나 할까. 시종일관 차분해 보이는 표정, 조용한 말투, 배결주 작가의 이미지는 깎아 내기 전의 깨끗한 목판처럼 단정하다. 정확한 칼질로 반듯하게 파낸 자국들이 딱 그 이미지 그대로다. 하지만 그 세밀한 칼자국들이 모여 완성된 형상들은 강렬하다. 이 또한 반전이라 할 수 있다.
배결주 작가는 속박되는 게 싫다. 군대를 싫어하고 어떤 단체든 소속되길 원하지 않는다. 그룹전보다는 개인전을 선호한다. 초등학교 때 고무판화로 처음 전교생 앞에서 상을 탄 이후로 미술에 관심을 가졌는데 중학교 미술부에 들어갔다가 엄격한 규율과 기합이 싫어서 나오고 말았다. 그러다가 군대 다녀온 이후에 미술을 다시 시작했다. 목판을 하기 전에는 유화 작업을 쭉 해 왔는데 원래 세밀한 구상보다는 심상 표현에 더 관심이 있었다고 한다. 그런 점에서 그의 성향과 목판화는 잘 맞아 떨어진다.
작품 [Facebook]은 군상이 과감한 선과 면으로 표현되어 있다. 눈을 부릅뜬 사람들, 날카로운 직선으로 표현된 코, 톱날처럼 보이는 머리카락, 이 모든 게 강인한 느낌을 준다. 이들은 ‘페이스북’이라는 가상의 공간에서 뭉쳐진 집단적 히스테리를 드러내는 것처럼 보이기도 하고, 익명화에 대한 군중의 저항을 담은 것도 같다. 여기서 인상적인 건 다양한 면 처리이다. 둥근칼, 세모칼, 창칼 등 각 칼의 특징과 파는 정도에 따라 면의 느낌이 달라진다. 여러 면들이 조합된 가운데 날카롭게 파진 눈과 앙 다문 입술이 놓이면서 군상은 더욱 힘을 얻는다. 단순한 선과 면들이 변주되며 반전에 가까운 하나의 응축된 에너지를 뿜는다.
사각사각
작품 [Facebook]은 군상이 과감한 선과 면으로 표현되어 있다. 눈을 부릅뜬 사람들, 날카로운 직선으로 표현된 코, 톱날처럼 보이는 머리카락, 이 모든 게 강인한 느낌을 준다. 이들은 ‘페이스북’이라는 가상의 공간에서 뭉쳐진 집단적 히스테리를 드러내는 것처럼 보이기도 하고, 익명화에 대한 군중의 저항을 담은 것도 같다. 여기서 인상적인 건 다양한 면 처리이다. 둥근칼, 세모칼, 창칼 등 각 칼의 특징과 파는 정도에 따라 면의 느낌이 달라진다. 여러 면들이 조합된 가운데 날카롭게 파진 눈과 앙 다문 입술이 놓이면서 군상은 더욱 힘을 얻는다. 단순한 선과 면들이 변주되며 반전에 가까운 하나의 응축된 에너지를 뿜는다.
 
이혜정 사진 성수진 배결주_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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