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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105호]시간이 주는 이야기 1
아직 시간의 흐름을 잘 모르는 아이들과 시간의 흐름이 무색하다고 이야기하는 어르신들에게 물었다.
2015년에는 어떤 일이 있었는지, 새해에는 어떤 소망을 품고 무엇을 희망하며 살고 있는지 말이다. 유치원에서 만난 아이들은 시간이 흐를수록 모습도 마음도 생각도 삶도 변할 것이다.
지금보다 앞으로의 시간이 더 견고하게 쌓일 것이다. 아이들에게 시간의 흐름은 점점 알 수 없는 미래로 진입하는 걸음이다.
2015년에는 어떤 일이 있었는지, 새해에는 어떤 소망을 품고 무엇을 희망하며 살고 있는지 말이다. 유치원에서 만난 아이들은 시간이 흐를수록 모습도 마음도 생각도 삶도 변할 것이다.
지금보다 앞으로의 시간이 더 견고하게 쌓일 것이다. 아이들에게 시간의 흐름은 점점 알 수 없는 미래로 진입하는 걸음이다.
지나간 시간은 담겨있지 않아요
크리스마스를 하루 앞둔 12월 24일, (주)월간 토마토 이용원 대표이사이자 편집국장은 취재기자 B에게 빵 두 상자를 사 오라는 명령을 내렸다. 그와 함께 떠난 곳은 대전 중구의 호동 유치원이다. 자동차를 세우고 내리자 선생님 둘이 그를 맞이하러 나왔다. 허리를 꼿꼿이 펴고, 그가 유치원 안으로 들어갔다.
“누구 아빠예요?”
유치원 입구에서부터 아이들이 그의 뒤를 쫓았다. 아이들 앞에 서자 굳었던 얼굴에 주름이 들썩인다. 오늘 유치원에서 그가 만날 사람은 일곱 살 꼬마 숙녀 셋이다. 자리에 앉은 꼬마 숙녀들은 동그랗게 눈을 뜨고 멀뚱거리다 쑥스럽다며 귓속말을 한다. 얼굴 앞으로 모은 두 손을 오므리며 어찌할 줄 모르고 몸을 비트는 김민들레, 이다영, 그에 비해 담담하게 앉아 빤히 눈빛을 쏘는 전지현 양이다. 김민들레, 이다영, 전지현 양은 2016년 유치원을 졸업하고 초등학교에 입학한다.
마음과 다른말은 하지 않는다
“음…”
침묵이 길어졌다. 아무래도 어른의 질문이 영 대답하기가 어려운 말이었던 모양이다. “작년에 기억에 남는 일이 있었니?”, “가장 행복했던 순간은 언제였니?”와 같은 질문은 아이들에게 어려운 질문이었다. 어른들에게도 갑자기 물으면 오랫동안 생각해서 경중을 따져 봐야 하는 질문이다. 민들레, 다영이, 지현이는 새해에 초등학교에 들어가야 한다. 아이들에게도 학교는 유치원과 다를 것이라는 기대나 두려움이 있었던 모양이다.
“저는 학교 가는 거 싫어요.”
민들레가 텔레비전을 통해 본 학교의 모습은 가기만 하면 혼나는 곳이었다. 민들레가 본 프로그램은 <도라에몽>이었다. 매일 혼날까 봐 싫지만, 가지 않을 수 없다는 걸 안다. 다영이는 4학년 오빠와 함께 학교에 다니는 게 기대된다. 공부하는 건 걱정이지만, 아침에 오빠와 함께 학교에 갈 생각을 하면 기대가 더 크다. 지현이는 학교 가는 게 걱정되거나 싫지 않다. “좋아요.”라고 간결하게 대답한다.
다영이의 이야기다. 셋 모두 아직은 산타 할아버지가 있다고 믿지만 어설픈 어른들 때문에 조금씩 의심이 가기 시작했다.
“예전에 내가 장난감 갖고 싶다고 산타 할아버지한테 빌었는데 양말 줬어요. 내 말을 들어준다고 하더니 아닌가 봐요. 그때 보니까 운전하는 남자 선생님이 산타 할아버지 옷 입고 변장한 것 같았어요.”
요즘 산타 할아버지는 없을 것 같다고 의심하고 있는 민들레의 이야기다. 지현이에게 다가오는 가장 큰 걱정은 동생들 때문에 방학 숙제를 못하는 거다. 지현이는 세 살 막내와 다섯 살 둘째 동생이 있다. 지현이의 의젓한 모습에 고개가 끄덕여진다.
어려운 질문을 계속해서 던진 어른들이었지만, 열 밤 자면 또 보고 싶다. “너희 정말이야?”라고 반문하자 맑은 얼굴로 고개를 끄덕인다. 마음에 없는 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하는 어른들 때문에 생긴 의심이 미안해졌다.
아이들은 작은 것 하나가 행복하다. 속마음과 다른 이야기는 하지 않는다. “선생님들에게는 왜 아무것도 묻지 않아요? 왜요? 예뻐가지고 부끄러워요?”라는 질문을 망설임 없이 한다. 셋 모두 같은 남자아이를 좋아하면서도 다투는 일이 없고, 좋아한다는 감정 자체만 바라본다. 무엇보다 세상에서 가족이 가장 소중한 존재라고 말한다. 어쩌면 누구보다도 현명하게 세상을 사는 일곱 살 아이들이다.
글 사진 이수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