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138호] 책방 만유인력의 자립생존기

책방 만유인력의 자립생존기

만유인력 책방 이야기

 

 

안녕하세요. 만유인력 책방지기 한받입니다. 
오랫동안 저희들 책방 이야기 기다리셨지요? 
몇 번 쉬었더니 정말 오랜만에 이야기 전하는 것 같습니다. 
이번 순서는 사실 저희 가족이 지난 1, 2월 혹한에 다녀왔던 제주-도쿄 민폐투어의 두 번째 이야기(도쿄 편)를 들려 드려야 하지만 아무래도 시일이 많이 지났고 너무나 뜨거워 지구 멸망을 예감할 수 있었던 이번 여름의 혹서를 버텨 낸 책방의 생존기가 더욱더 궁금하실 것 같아서 이제까지 책방이 어떻게 유지되고 있는지 알려 드릴게요. 
저희 책방에 책이 별로 없고(전국에 있는 책방들 중에서 책 비치된 수 순위로 따지면 꼴찌가 아닐까 합니다. 이는 어디까지나 책이 저희 책방을 찾아오길 바라는 마음, 게으른 마음에서 비롯된 셈입니다. 장사가 아닌 만남을 중시하는 셈이죠. 변명 아닌 변명을… 그래도 뿌듯함) 비치된 책이나 음반이 잘 팔리지는 않아요. 저희 동네가 언덕 위에 있어서 접근성이 좋다고 볼 수는 없겠지요. 대략 한 달에 매출이 10만 원 정도 나오고 있습니다. 책방이 책을 팔아서 운영되기까지 아직은 갈 길이 먼 것 같습니다. 길게 보고 있어요.(언제쯤???)
‘함께-책방지기’인 저의 아내 김연희 님이 진행하는 창조성 워크숍이 펼쳐지고 제가 진행하는 GarageBand 전자음악 배우기 수업도 펼쳐지고 있어요. 6, 7월 두 달은 시범적으로 일본어 수업도 진행했어요. 같은 예술인 마을에 사는 분 중에 일본에서 오신 분도 있어서요. 그 분이 진행해 주셨지요. 제 의견이 반영되어 Fishmans라는 일본 밴드의 노래를 중심으로 일본어를 배우는 수업도 있었답니다. 워크숍이나 수업에 참여하시는 분들에게 수업료를 조금씩 받지요.  
그리고 아이들 공부방이 평일 오후에 있어요. 공부방을 지도하시는 분이 매달 조금씩 저희들에게 보내 주시고 있어요. 
또 매달 20일 월세를 내는 날, 저희들에게 조금씩 응원해 주시는 분들이 있습니다. 저희는 그분들을 ‘응원’이라고 부릅니다. 만 원씩 저희 계좌로 보내 주시고 계십니다. 이 분들께는 답례로 아내의 시 한 편, 저의 노래 한 곡과 자립음악회 50프로 할인권을 보내 드리고 있어요. 
자립음악회가 4월 이후로 끊어졌었는데 이번에 9월에 다시 진행하게 되어 얼마나 다행인지요. 
그리고 마지막으로 지난 6개월간 서울문화재단의 민간창작공간지원을 받아 월세를 낼 수 있었습니다. 이제 9월이 마지막 달이고 앞으로는 진짜 저희들 자력으로 생존해야 합니다. 

개인적으론 8월에 일본의 오사카, 교토, 나고야를 투어하고 왔는데 그곳에서 느낀 것이 정말 많았습니다. 예를 들어 오사카에선 ‘카마가사키’라고 일용직 노동자들의 보금자리 같은 지역(일반인의 시각에서 보면 슬럼이라고 볼 수도 있는)이 있는데 그곳에 꿋꿋이 자리를 잡아 예술혼을 불어넣고 있는 ‘코코룸’이라는 공간(커뮤니티, 예술대학 및 게스트 하우스로 운영 중). 그 공간 속에서 어떤 지역에 어떤 공간이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다시 한 번 큰 깨달음을 얻었습니다. 
다시 돌아와 이 동네와 지역에서 책방 만유인력이 얼마나 소중한 공간인지 다시 깨달았고 어떻게든지 이 지역에 뿌리내리고 이 공간을 유지시켜야겠다는 의지가 다시 샘솟았습니다.
   
기쁜 소식 하나. 얼마 전에는 어쩌면 단골이라면 단골일 동네 주민분이 드디어 생겨났습니다.
빵을 만드는 분(제빵사)이라고 하시는데 만유인력에 비치된 음반 중에 쳇 베이커(Baker)라는 이름이 눈에 띄어 들어보고 너무 좋았다고 하시네요. 베이커리 하시는 분이니까 베이커가 눈에 띄었고 들어보니 너무 좋았다는 이야기, 저도 신기하고 뿌듯했지요. 그분이 요즘 책방에 자주 와서 음악도 듣고 책도 보고 그러시다가 가셔요. 그분의 이야기도 그랬습니다. 
이 지역에 유일한 문화공간으로서 이런 아늑하고 멋진 공간이 동네에 있어서 좋으시다고요. 그런 말을 들으면 솔직히 기분이 좋아요. 지난 8월이 책방 개업 1주년이 되는 시간이었는데 장사는 예상했던 만큼 잘 안 될지라도 이렇게 공간을 좋아하고 아껴 주시는 분들이 조금씩 생기기 시작하니 참 잘 열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물론 많은 분들이 도움 주시고 응원해 주셔서 여기까지 올 수 있었지요. 그분들께 이 자리 빌어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책은 우리의 앞으로 다가올 혁명을 위한 빵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요즘은 책방이 책빵이 되는 날을 기대합니다. 아 중요한 분들을 소개하는 걸 깜빡했네요. 저희 책방에는 또 다른 지원세력인 파견예술인들이 있다는 사실. 5인조였으나 개인사정으로 한 분이 빠지고 이제 4인이 되었지만 저희 책방을 든든하게 세워 주고 계십니다. 요즘은 책방과 동네의 이야기를 버무려서 ‘만유인력 설화’를 만들고 있어요. 지역 아이들과 함께 공연할 날을 기대합니다. 저는 파견예술인들과 더불어 ‘만리동 콜링 유’라는 동네해적라디오방송도 진행했었어요. 잊을 수 없는 시간이었습니다. 
진실되게 말씀드리면 이들이 있어 책방이 더 든든해졌어요. 더 빛나고 있어요.
파견예술인들의 결과 발표 자리가 10월 말에 있을 예정입니다. 
모쪼록 이 글 읽고 있을 여러분들을 이곳으로 초대하고 싶은 마음입니다. 
두서없지만 긴 글 마칩니다. 
졸저 잡문 실어 주시는 월간 토마토에 감사합니다. 

천고마비의 계절, 풍성한 수확의 계절에 독자 여러분 모두 즐거운 가을 되시기를!!


글 사진 한받(음악가, 야마가타 트윅스터, 만유인력 책방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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