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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138호] 숙제 검사
숙제 검사
인물을 많이 담아 볼 것,
세로 사진을 많이 찍을 것
지난 9월, 중국 상해로 남들보다 조금 늦은 여름휴가를 떠났다. 상해로 떠나기 전 목표한 것이 있었다. 첫째, 인물을 많이 담아 볼 것. 둘째, 세로 사진을 많이 찍을 것. 별거 아닌 듯 보여도 조금 더 생동감 넘치는 사진을 찍고 싶은 내 나름의 도전이었다. 그간 나는 세로 사진과 인물 사진을 찍는 것이 조금 조심스러웠고, 그래서인지 여태껏 찍어 온 사진은 어딘가 맹숭맹숭했다. ‘자신에게 마음에 드는 사진이 가장 잘 나온 사진’이라는 말을 어디선가 들었던 적 있다. 그래서 한 번 도전해 보기로 했다. 내가 가장 만족할 만한 사진을 찍어 보자! 하고 말이다.
상해에서 가장 마음에 들었던 건 나무가 많은 거리다. 어느 거리를 가도 나무가 많았다.
뜨거운 햇볕도, 내리는 비도 막아 줬다.
거리를 둘러싼 나무 덕에 상해가 꽤나 마음에 들었다.
어쩌다 다중노출
낭패다. 새 필름인 줄 알았는데 이미 사용한 필름이었다. 그것도 모르고 신나게 제임스네 주변을 찍어 댔었다. 전부터 시도해 보고 싶었던 다중노출이었는데, 첫 시도가 너무 생각지도 않게 오는 바람에 썩 기분 좋진 않다. 이래저래 아쉬운 것 투성이다.
무뚝뚝하지만 왠지 모르게 친근한 아랫집 할아버지의 집 문 앞에 붙어 있던 복 자와 디즈니랜드의 조합이란…
다음 숙제
생각해 보면, 나는 늘 여유 있는 여행을 해 보지 못했다. 해외여행도, 국내여행도 마찬가지였고 누군가와 함께하든, 혼자이든 늘 바삐 돌아다녔다. 그래서 ‘여행은 쉼’이라는 말에 좀처럼 동의하지 못했다. 아침잠이 많지만, 늦게 일어난 만큼 무식하게도 걸어 다녔고, 하나라도 더 보려는 조금 괴팍한 성격 탓에 내 여행은 늘 정신이 없다. 그래서 다음 여행에도 나 자신에게 숙제를 내 볼까 한다. 다음번엔 조금 여유 있는 여행을 해 보자고, 조금 더 그 지역을 음미할 수 있는 시간을 내어 보자고 말이다.
상해에는 유난히 큰 육교가 많다. 밑에서 바라본 모습도 좋지만,
육교 위에 있으면 좀 더 멀리 바라볼 수 있어 더 좋다.
글 사진 이주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