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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138호] 대전, 오페라로 물들다
대전,
오페라로 물들다
오페라 <라 보엠> 연습 현장
대전예술의전당은 개관 15주년을 맞아 10월 24일부터 27일까지 3일 동안 〈라 보엠〉을 선보일 예정이다. 대전예술의전당은 개관 이후 현재까지 스물한 편의 오페라를 무대에 올렸다. 이번에 공연하는 〈라 보엠〉은 열두 번째 자체제작 오페라다. 이탈리아 작곡가 자코모 푸치니의 3대 걸작 중 하나인 〈라 보엠〉은 앙리 뮈르제의 소설 《보헤미안의 생활전경》을 바탕으로 한다. 프랑스 파리를 배경으로 한 <라 보엠>은 젊은 보헤미안들의 열정, 사랑, 이별, 죽음을 담은 작품이다.
무대 뒤의 모습은 더욱 아름답다
대전예술의전당 컨벤션홀에서는 절로 숨죽이게 만드는 아리아가 흘러나온다. 대전예술의전당 15주년 기념 자체제작 오페라 〈라 보엠〉 연습이 한창이다. 지휘봉을 잡은 사람은 전주시립교향악단 최희준 상임지휘자이다. 이날은 지휘자와 성악가들이 처음으로 합을 맞추는 날이었다.
피아노 반주가 시작되고, 지휘가 시작되면 살갑게 건네던 웃음은 사라지고, 지휘자와 함께 눈을 맞추며 자신의 노래에 집중한다. 유려하게 자신의 호흡으로 노래를 이어 가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작은 움직임조차 방해가 될까 싶어 움직임이 조심스럽다. 감정이 고조되는 순간에는 카메라 셔터도 절로 주춤하게 된다. 두 시간가량의 연습은 멈추지 않고 이어졌다. 지휘자의 디렉션에 따라 음을 맞추고, 박자를 맞추고 감정에 몰입한다. 로돌포 역을 맡은 김재형 테너의 아리아가 시작되자 모두가 숨죽인다. 그가 아리아를 마친 순간 연습장은 박수 소리로 채워진다.
세계적인 테너 김재형은 “대전에서 오페라를 하는 것이 항상 즐겁다”라고 이야기한다. 지난 2016년 대전예술의전당 자체제작 오페라 〈오텔로〉에 오텔로 역으로 참여한 이후 두 번째 대전 공연이다.
“〈라 보엠〉을 횟수로는 100번이 넘게 공연한 것 같아요. 그런데 한국에서 오페라 무대로 〈라 보엠〉에 오르는 것은 처음입니다. 〈라 보엠〉 공연 자체도 10년 만이에요. 기분이 남다르죠. 좋은 공연에 참여할 수 있게 돼서 영광으로 생각합니다. 대전예술의전당에서 오랜 시간 오페라를 자체제작 했죠. 성과도 좋았고요. 개인적으로는 대전도 국제적인 오페라 제작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해요.”
〈라 보엠〉에서 로돌포의 상대역인 미미를 맡은 홍주영 소프라노 역시 이번 공연에 남다른 의미가 있다. 대전 첫 데뷔 무대이기 때문이다.
“〈라 보엠〉은 저에게 정말 특별한 작품이에요. 서울, 광주, 대구, 이태리 등 거의 모든 도시에서 〈라 보엠〉 미미로 데뷔했거든요. 미미는 애착이 있는 캐릭터죠. 친구들 사이에선 ‘홍미미’로 불릴 정도예요.(웃음) 대전 역시 〈라 보엠〉으로 데뷔하게 돼서 너무 기쁘고, 영광으로 생각하고 있어요.”
무대가 아닌 연습현장에서 만난 오페라는 완벽하지 않지만, 그래서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완벽한 공연을 만들기 위해 서로 호흡하며 합을 맞추는 모습은 본 공연에 대한 기대를 높인다.
지역에서 오페라를 만드는 일
오페라 <라 보엠>의 연출은 미국 공연 연출가 스티븐 카르(Stephen Carr)가 맡았다. 대전예술의전당 그랜드 오페라 최초의 외국인 연출가다. 스티븐 카르는 대구오페라하우스에서 모차르트의 〈코지 판 투테〉를 연출하면서 한국에 데뷔했으며, 미국은 물론이고 아시아, 유럽 등에서 그랜드 오페라부터 브로드웨이 뮤지컬까지 연출한 실력자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오페라를 자체제작 하는 곳은 많지 않다. 국립오페라극단, 대구오페라하우스, 대전예술의전당이 오페라를 자체제작하며 장르의 저변확대를 위해 힘쓰고 있다.
대전예술의전당 공연기획팀 이시영 차장은 “많은 사람이 비슷한 장르인 뮤지컬에 비해 오페라를 어렵게 느끼는 것이 사실이다. 대중적인 공연을 진행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공연장이 가진 역할을 고민해 봐야 한다. 순수예술과 음악을 지원하고 발전시키는 것도 공연장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대전 시민은 물론이고 대중들에게 클래식에 대한 저변을 넓히고자 노력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수익성이 높지 않지만, 자체제작을 하는 이유 중 하나는 지역의 숨은 인재를 발견하고 지속적으로 육성하기 위해서다. 지역에서 빛을 보지 못한 수많은 아티스트들에게 기회를 주고, 그들이 성장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해 주고자 한다. 대전예술의전당 스프링페스티벌 ‘살롱오페라’를 진행하는 이유 역시 마찬가지다. 이번 〈라 보엠〉에는 지난 2년 동안 살롱오페라에 출연한 지역 성악가들이 당당히 오디션에 합격해 자체제작 오페라의 의미를 더했다.
“대전에서 오페라를 자체제작 하면서 자부심을 느낍니다. 대전이 오페라를 즐길 수 있는 도시로 성장하는 데 기여하길 바라는 마음이에요. 수도권에서 진행하는 오페라에 비해 대전예술의전당의 오페라는 저렴한 편이죠. 하지만 공연의 퀄리티는 절대 떨어지지 않는다고 자부합니다. 매번 최고의 공연을 선사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으니, 많이 찾아 주시면 좋겠습니다.”
2003년 개관 이후 15주년을 맞은 대전예술의전당은 지역을 넘어 세계적인 프로덕션으로 자리하기 위해 좋은 공연을 시민들에게 선보일 예정이다.
글 사진 이지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