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138호] 수면 위로 드러난 옛 대전형무소 일부

수면 위로 드러난 옛 대전형무소 일부

옛 대전형무소 터 유적 발굴 전면 확대 요구

대전 중구 중촌동, 높은 아파트와 건물들 사이로 오래된 망루 하나가 서 있다. 대전시 문화재자료 47호인 망루는 이곳이 옛 대전형무소 터였다는 사실을 알린다. 평범하고 조용한 동네에 외로 우뚝 서 있는 망루는 얼핏 보면 그저 오래된 구조물일 뿐이다. 이곳에 어떤 아픔과 역사가 서려 있는지 가늠할 엄두도 나지 않는다. 망루를 지나 차가 빼곡하게 주차된 주차장을 지나면 옛 대전형무소 터 관광자원화 조성 공사가 한창이다. 분주하게 움직이는 인부들 사이로 사람들이 모였다. 옛 대전형무소 터 관광자원화 조성공사 중단 및 유적 발굴 확대 요구 기자회견을 위해서다. 


유적 발굴을 전면 확대해야 한다 

대전시는 문화체육관광부의 지원을 받아 지난해 11월부터 옛 대전형무소 터 관광 자원화 조성공사를 진행했다. 지난 8월, 공사 도중 옛 대전형무소의 담장과 취사장 시설 일부를 발견했다. 대전시는 9월 13일부터 사흘 동안 공사를 중단하고 발굴을 진행해 15m에 이르는 옛 대전형무소 담장과 취사장 흔적을 발견했다. 보존할 가치가 있는 유적이 발굴되었음에도 대전시는 9월 19일 전문가 지도위원회를 거쳐 발견된 유적을 흙으로 묻고 공사를 강행했다. 이에 대전문화유산울림 등 대전시민·문화단체는 공사 중단과 유적 발굴 전면 확대를 위한 기자회견을 열었다. 
옛 대전형무소 터 관광자원화 사업은 지난 2016년 하반기부터 도시재생본부의 균형발전과에서 민관협치 모델로 추진한 사업이다. 반공애국지사유족회, 한국자유총연맹대전지부, 중촌동현대아파트입주자대표회의, 풀뿌리여성마을숲, 중촌마을역사탐험대 ‘그루터기’, 대전문화유산울림 등 관련 단체와 주민들이 모여 간담회를 비롯한 다양한 노력을 함께했다. 
하지만 올해 들어 본격적으로 공사가 시작된 이후 민관협치는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풀뿌리여성마을숲 민양운 대표는 “공사가 시작된 이후 제대로 된 안내나 어떠한 설명도 들을 수 없었다. 민관협치로 사업을 시작할 때는 이전과 다른 새로운 행정이 이뤄진다고 생각했는데 협치가 아닌 일방적인 공사로 진행되는 상황이다. 아쉬운 마음이 크다”라고 이야기했다.  
1919년 건립한 옛 대전형무소는 일제강점기부터 해방, 한국전쟁, 민주화 운동까지 근현대사의 상처와 아픔을 간직한 곳이다. 옛 대전형무소는 3·1운동 이후 도산 안창호 선생을 비롯해 여운형 선생 등 많은 독립투사가 수용되었다. 6·25전쟁 직후에는 제주 4·3사건과 여순사건, 보도연맹 가입 등으로 수많은 민간인이 수용되었으며 이들은 산내 골룡골로 불렸던 대전 동구 낭월동에서 군인과 경찰에 의해 학살당했다. 또한 연합군에 쫓기던 북한군도 이곳에서 무참히 학살을 저질렀다.  
현재 옛 대전형무소 터 흔적을 확인할 수 있는 것은 우물과 우물에서 150m쯤 떨어진 망루가 전부다. (사)대전문화유산울림 안여종 대표는 역사공원을 조성하기 위해서는 망루와 우물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사실을 지적했다. 진정한 역사 공원을 조성할 수 있는 유적을 발굴했지만, 이를 활용, 보존하지 않고 보존을 위해 그대로 덮는다는 대전시 의견에 의문을 표했다.  
“옛 대전형무소 관광자원화 사업이 어떤 목적을 가지고 진행하는 사업인지 고민해야 합니다. 이 장소에 방문하는 사람들에게 어떤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했는지를 고민했다면, 발견된 유적을 당연히 활용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이어질 것입니다. 옛 대전형무소 터가 가진 역사성과 교육성을 고려하지 않고 공사를 강행하는 것은 이해할 수 없습니다.”

역사의 현장으로 다시 태어나길 

이번 기자회견에는 (사)대전문화유산울림, 중촌마을역사탐험대 ‘그루터기’, 평화통일교육문화센터, 풀뿌리여성마을숲이 참여했다. 이들은 옛 대전형무소 터가 진정한 역사교육의 장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는 입장을 전달하며 다음 세 가지를 요구했다. 
“하나 대전시는 민관협치 포기하고 관련 부서 간 협력도 못 하는 부실 계획, 부실 공사 옛 대전형무소 터 관광자원화 조성공사를 즉각 중단하라.
둘 대전시는 옛 대전형무소 터 유적 발굴 전면 확대하고, 대전 시민이 기억해야 할 역사 교육의 장으로 활용할 수 있는 철저한 대책을 강구하라.
셋 대전시는 민관협치 말로만 하지 말고 진정한 민관협치가 될 수 있도록 민간단체와 주민들에게 추진 과정을 적극적으로 공개하고 향후 사업을 협의하여 추진하라.”
이날 기자회견장에서 발언에 나선 김경애 중촌마을역사탐험대 ‘그루터기’ 회원은 “유적을 덮겠다는 대전시의 입장을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 이번에 발견한 유적은 덮어 버릴 것이 아니라 확대 발굴 보존해야 한다. 옛 대전형무소 터가 역사의 현장으로 새로 태어날 수 있길 바란다”라고 말했다. 
또한 노원록 평화통일교육문화센터 사무처장은 옛 대전형무소 터가 현재 주차장으로 이용되는 것을 지적하며, 살아 있는 역사를 교육할 수 있는 이곳을 제대로 보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본래 10만여㎡에 이르던 옛 대전형무소 터의 현재 대부분은 아파트와 공공기관으로 개발된 상황이다. 
이와 관련해 대전시 건설관리본부 관계자는 “현재 공사를 하는 구역은 유적이 발굴된 지역이 아닌 다른 곳이다. 공사를 진행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시민들의 불편이 있어 당장에 공사를 중단하기는 어렵다. 10월 초 대전시문화재위원회 위원들의 자문 결과를 토대로 보존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라고 전했다.
발굴된 유적이 어떻게 활용 보존될지는 앞으로 지켜봐야 할 일이다.


글 이지선

사진 이지선, (사)대전문화유산울림 제공

관련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