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135호] 소소하지만, 우리가 사는 이야기

소소하지만, 우리가 사는 이야기

산성마을신문 이기전 대표






주민의 화합과 소통의 공간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날이었다. 이기전 대표를 만나기 위해 산성동으로 향했다. 산성동은 익숙한 동네 중 하나다. 바로 옆 동네에서 학교를 졸업하기도 했고, 친구 몇몇은 여전히 그 동네에 살고 있기 때문이다. 산성동은 몇 년이 지나도 큰 변화를 체감하기 어려운 동네다. 여느 동네처럼 새로운 건물이 생기고 사라지기도 했지만, 오랜만에 다시 찾아도 여전한 풍경으로 그저 익숙한 마음이 먼저 든다. 낯익은 풍경을 따라 걷다 보면 버스정류장 근처에 이기전 대표가 운영하는 꽃집이 있다.
산성마을신문 이기전 대표는 1991년부터 산성동에서 꽃집을 운영한다. 햇수로 벌써 28년째다. 대전이 고향은 아니지만, 30년 가까이 살아온 이 동네는 이제 제2의 고향이라 해도 무방할 정도다.  
“특별히 투철한 봉사 정신이 있는 건 아니었어요. 제가 동네에서 꽃집을 하잖아요. 동네 사람들 덕분에 먹고 살고 있으니까 동네를 위한 일을 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산성동 복지만두레에 가입했어요. 좋은 일을 하자는 마음으로 시작했는데 부회장 4년 하고, 회장을 4년 동안 했네요.”
이기전 대표는 평소에 사진 찍고 글을 쓰는 것을 좋아했다. 전문적으로 배우진 않았지만, 소소한 취미 생활 중 하나였다. 산성동 복지만두레에서 활동하면서 그간의 활동 내용을 책자로 만들면 어떨까 하는 생각에 회원들과 함께 ‘나눔과 섬김의 행복’이라는 제목의 책자를 발간했다. 직접 사진을 찍고, 글을 썼다. 평소 좋아하던 일을 좋은 사람들과 함께했기 때문에 재밌는 작업이었다. 책자를 발간하고 난 이후에 우리 마을 이야기를 담는 마을 신문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기록하는 작업이 즐거웠기 때문이다.  
2016년 9월, 산성동 복지만두레를 통해 알게 된 회원들과 같은 뜻을 가진 사람 몇몇이 모여 산성마을신문을 발행했다. 창간호를 만들기까지 당연히 우여곡절은 있었다. 다들 전문가가 아니었고, 생업이 있는 사람들이었기 때문이다. 여러 변화와 어려움 속에서도 이기전 대표는 ‘화합’을 중시하며 지금까지 꾸준하게 신문을 발행한다. 현재 산성마을신문의 운영위원은 열다섯 명이다. 현재 산성동에서 거주하거나 사업장이 있는 사람, 최소한 산성동 출신인 사람이 모여 신문을 만든다.
“주민이 함께 참여하는 신문을 만들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주민의 화합과 소통의 공간’이 산성마을신문이 추구하는 방향이라고 생각해요. 신문이 마을과 마을 사람을 연결하는 가교 역할을 할 수 있길 바라는 마음으로 지금까지 왔어요. 보편적으로 알고 있는 언론사에서 다루지 않는 ‘우리 마을’의 소소한 이야기를 신문을 통해 마을 사람들에게 전달하고 싶어요.”
이기전 대표가 마을을 기록하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정확하게 기록하고 전달하는 것’이다. 정확한 기록을 위해 다양한 자료를 수집하고, 여러 사람을 통해 들은 이야기를 다시금 확인하는 작업을 거친다. 마을신문은 주민이 마을 이야기를 접하고, 참여할 수 있는 소통의 창구이기 때문에 꼼꼼하게 마을을 살피고 담아내려 노력한다.


우리가 기록하는 우리 마을 이야기

산성동은 대전 중구 면적의 67% 를 차지한다. 법정동 열 개가 모여 산성동을 구성한다. 산성동, 사정동, 안영동, 구완동, 무수동, 침산동, 목달동, 정생동, 어남동, 금동이다. 도·농 복합형 지역이기 때문에 같은 동임에도 생활방식에 차이를 보인다. 도시에서는 보기 드물게 문화재가 많은 곳이기도 하다. 대전 중구 지정문화재 중 산성동 소재 문화재만 열여덟 개다.
마을을 기록하는 일은 자연스럽게 마을 활성화에 대한 고민으로 이어졌다. 산성마을신문은 살기 좋은 우리 마을을 알리기 위해 마을 활성화를 위한 여러 활동을 함께 진행한다.
지난해 산성마을신문은 잘 알려지지 않은 마을의 보물을 알리고 마을을 소개하기 위해 ‘산성마을 탐방지도’를 제작, 배포했다. 산성마을 탐방지도에는 산성동의 유래부터 명소가 자세하게 나타나 있다. 산성동 소재 문화재 위치와 시설물 위치를 찾기 쉽게 표기했다. 마을 탐방지도 제작에는 산성초등학교 교사와 학생 열다섯 명, 주민이 함께해 그 의미를 더했다. 이들은 함께 마을 명소를 답사했고 구전으로 전해지던 마을의 역사와 숨은 옛이야기를 기록했다.
산성마을신문은 산성마을 탐방지도 만들기에 이어 올해 ‘새로운 마을 가꾸기 사업’을 시작한다. 탑골마을은 대전광역시 공동체 활성화 공모사업에 공유활성화 마을로 선정되었다. 이번 사업을 통해서 낡고 오래된 기존 탑골마을 주변 벽화 재정비와 지금은 없어진 돌탑을 복원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 전문 강사의 교육과 벽화마을 선진지 탐방 등을 계획한다.
“새로운 마을 이야기를 찾아내고 그 이야기를 마을 사람들과 함께 나누며 기록으로 남기는 것에 대해 자부심을 느끼고 있습니다. 언제 마을신문이 나오는지 소식을 묻는 주민도 있어요. 그럴 때 참 뿌듯합니다. 마을 이야기에 관심을 가지고 귀 기울여 주고 있다는 의미니까요. 쉬운 상황은 아니지만, 신문이 나오면 참 행복해요. 왜 굳이 힘들게 이런 일을 하나 생각할 수도 있지만, 사람은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살아야 행복한 거잖아요. 마을을 기록하는 이 작업이 참 행복하다고 느껴요.”
산성마을신문은 후원과 지역 내 사업장의 광고로 운영하고 있다. 마을신문을 만드는 사람 모두 생업이 있고 봉사로 만들어 배포하고 있기 때문에 넉넉한 상황은 아니지만, 어려운 순간마다 도움의 손길은 있었다. 누구도 강요하지 않은 일을 자처하는 그들의 노고를 주민들이 가장 먼저 알아주는 것이다. 마을 주민 모두를 대신해 마을을 기록하고 전달하는 이들에게 “고맙다”는 따뜻한 인사를 전하는 사람이 있어 기쁜 마음으로 신문을 만든다.
이기전 대표는 앞으로 마을을 기록하며 하고 싶은 일이 많다. 언젠가는 마을신문을 비롯해 마을에 대한 기록을 모아 전시도 해 보고 싶다. 전문가와 함께 마을 주민이 직접 참여할 수 있는 음악회와 같은 행사도 진행하고 싶은 마음이다. 누군가에게 보여 주기 위한 행사가 아니라 마을 주민이 진심으로 함께 즐길 수 있는 행사가 필요하다고 그는 이야기한다. 지금은 꿈을 이루기 위해 천천히 한 단계씩 나아가는 과정이다.
“결혼 한 이후에 산성동에 정착했어요. 오랫동안 이 동네에서 살아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산성동은 인심 좋고, 살기 좋은 동네예요. 간직하고 지켜야 할 문화재도 많죠. 산성동이 가지고 있는 특색을 잘 살려서 관광자원으로 만들고 싶어요. 많은 사람이 우리 마을 이야기를 알았으면 좋겠네요. 앞으로도 회원들과 화합하면서 신문을 만들어야죠.”




글 사진  이지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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