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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134호] 어둠이 깔리는 시간, 우리 소리를 만나다
어둠이 깔리는 시간,
우리 소리를 만나다
국악공연 <이데, 봄소리에 물들다>
지난 5월 3일, 이데가 ‘우리 소리’를 맞이했다. 봄을 들이기 위한 국악공연이다. 대중적이지 않은 국악공연이지만, 많은 사람이 소리를 찾아 이데에 자리했다. 무대와 반보 정도의 거리에서 관객이 공연자들과 마주했다. 줄을 타는 손의 떨림도 보일 듯한 거리다. 유려한 가야금과 거문고 소리, 신성수 명창의 창과 고수의 북 소리가 어떤 방해물도 없이 관객에게 전해진다.
국가무형문화재 제5호 판소리 홍보가 이수자인 신성수 명창은 공연을 시작하기에 앞서 우리나라만의 독특한 음색, 우주를 담아낸 음악, 그리고 그런 음악을 하나의 세계로 승화한 민족은 우리밖에 없다고 한껏 고무된 채 말을 잇는다. 그렇게 그는 총 여덟 곡을 시작하기 앞서 밭은 소개를 마쳤고, 권향원 씨는 거문고 연주를 위해 악기를 재정비했다.
권향원 연주자의 거문고 독주 <수연장지곡>을 시작으로 막이 올랐다. 거문고 켜는 소리가 좌중에 내려앉은 고요를 깬다. 얕게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멈추고 다섯 살쯤 된 아이는 칭얼거림을 멈춘다. 어둠이 깔리는 시간, 이데에서 아름다운 ‘우리 소리’가 울린다.
곧이어 조정아 연주자가 가야금으로 <침향무>를 연주했다. 창작 가야금곡인 침향무는 서정적인 곡으로 1968년 황병기 씨가 작곡했다. 가야금곡은 춤을 추듯 흘러갔고, 관객들은 가야금 소리에 맞춰 고개를 끄덕이며 흥을 돋웠다. 거문고와 가야금, 그리고 신성수 명창과 공주연정국악원 유민혁 고수가 순서를 달리하며 공연을 이끌어 나갔다.
소리판은 예민하다. 명창의 소리뿐만 아니라 고수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판이 달라진다. 신성수 명창은 오랫동안 고수를 찾았고, 11년 만에 만난 고수가 유민혁 씨다. 서로를 바라보며 합을 맞추는 모습이 공간을 채운다. 고수의 소리북 장단에 명창의 판이 제대로 펼쳐졌다.
이어 신성수 명창은 판소리 태동의 모습을 갖췄다는 단가 명기명창을 들려줬다. 곡을 통해 우리나라 팔도강산을 유람한다. 판소리의 시초를 보는 우리 현인들, 신라시대의 화랑을 본다. 특히 판소리 초기의 모습을 갖고 있다는 단가에는 전국을 돌아다니면서 수행했던 수많은 이의 발자취가 묻어 있다. “판소리 대명창을 언급하지 않는 사회가 슬프다”라는 신성수 명창의 말을 들으며 다음 곡, 가야금 산조를 들었다. 공연을 마치며, 신성수 명창은 앵콜곡으로 지난 27일 있었던 남북정상회담을 축하하기 위해 통일가를 선사했다.
글 김서현
사진 취재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