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134호] 내 책의 새로운 주인을 찾아 줍니다

내 책의 새로운 주인을 찾아 줍니다.

계룡문고 ‘헌 책 줄게. 새 책 다오~’ 모꼬지



집 책장 한구석에는 오랜 시간 손길이 닿지 않은 책이 켜켜이 쌓여 있다. 버리기는 왠지 아쉽고 그렇다고 그냥 넣어 두기에는 자리만 차지해 골치다. 기부하고 싶은 마음이 있더라도 어디에 보내야 할지부터 고민스럽다. 그래서 중고서점을 찾는 사람도 있지만 그저 책을 쌓아 두는 사람도 있다. 계룡문고에서는 한참 손길이 닿지 않았거나 이젠 읽지 않는 책이 새 주인을 만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했다. 단순한 중고도서 판매는 아니었다. 판매하는 책 모두 기부받은 책이었고, 수익금 역시 기부로 이어지는 의미가 담긴 행사다. 





봄비가 한창이었던 지난 5월 12일 토요일, 계룡문고는 주말을 맞아 오가는 사람으로 북적였다. 가족 나들이를 나온 사람부터 서점 견학을 온 학생들, 책이 보고 싶어 온 사람들까지. 많은 사람이 서점 나들이를 나섰다.
이날 계룡문고에서는 중고도서 판매 장터 ‘계룡문고 헌책 줄게~ 새 책 다오~ 모꼬지’가 처음 열렸다. ‘계룡문고 헌책 줄게~ 새 책 다오~ 모꼬지’는 기증 받은 도서를 판매하고 수익금으로 새 책을 구매해 한 부모 가정 아이들에게 기부하는 행사다. 계룡문고와 대전 대흥침례교회가 함께하며 정기적으로 매달 둘째 주, 넷째 주 토요일에 오후 2시부터 5시까지 열릴 예정이다. 
모꼬지는 ‘모임’의 순우리말이다. 대흥침례교회는 마음이 맞는 교인들이 모여 다양한 모꼬지 활동을 하고 있다. 모임을 계획하던 중 책을 판매해 기부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계룡문고 이동선 대표에게 전달했고 흔쾌히 함께하기로 했다. 이동선 대표 역시 아이들에게 책이 주는 중요성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일찍부터 계룡문고 안 카페 앞에서 자원봉사자들은 분주히 책을 정리하며 움직이고 있었다. 무슨 일을 하는 것인지 싶어 호기심 어린 눈으로 기웃거리는 아이들의 모습도 눈에 띄었다. “중고도서 저렴하게 판매합니다. 좋은 책이 많아요.” 두 시가 되자 책 판매를 알리는 자원봉사자들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준비한 테이블 위에는 누군가의 손길이 닿았던 책들이 새로운 주인을 기다리고 있었다. 동화책부터 소설까지. 제법 구색이 갖춰져 있었다. 5백 원부터 3천 원까지 저렴한 판매가격에 살 만한 책이 있는지 살폈다. 대학생 때 열심히 읽었던 책 두 권이 눈에 들어와 2,500원에 샀다. 책 구매과 동시에 기분이 좋아졌다. 좋아하는 책을 샀을 뿐인데, 좋은 일에 동참했다는 보람이 더했다. 한 아이는 엄마와 함께 오랫동안 심사숙고해 책을 몇 권을 골랐다. 두 손 가득 책을 안고서는 세상을 다 가진 표정으로 방방 뛰며 꾸벅 감사 인사를 전하기도 했다. 절로 엄마 미소가 지어지는 모습이었다.
오홍주 모꼬지 장은 “앞으로 계룡문고에서 2주에 한 번씩 중고장터를 운영할 계획이다. 중고도서 판매 이외에도 캐리커처나 챔버오케스트라 등 다양한 재능기부 활동도 함께할 예정이다. 교회에서 진행하는 행사지만, 종교와 관계없이 지역민 누구나 참여 가능한 뜻깊은 행사이니 관심을 가지고 함께해 주면 좋겠다”라고 전했다.
계룡문고에서는 모꼬지 적립카드도 만들어 실행할 계획이다. 책을 구매하면 모꼬지 적립카드에 5%가 적립되며 적립금은 미혼모 가정 아이들을 위한 도서 구입 비용으로 사용할 예정이다. 도서 기부는 대전 시민 누구나 가능하며, 계룡문고에 직접 전달하거나 문의를 통해 가능하다. 단, 전집류, 학습참고서류 등은 기증받지 않는다.
주말 오후 계룡문고에는 책 마법사 현민원 이사가 아이들에게 읽어 주는 동화책 소리와 함께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들려온다. 책을 구경하며 오순도순 이야기를 나누는 사람들의 즐거운 목소리가 함께 어우러져 계룡문고를 가득 메운다.



글 사진 이지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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