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134호] 교육이 주는 따뜻함, 성장 가능성, 행복을 발견하다

- 라오스 청소년 여행학교를 다녀와서

교육이 주는 따뜻함, 성장 가능성, 행복을 발견하다

 

 

 

 


 

2017년 1월 3일

한국에 도착한 지 하루 만에 다시 비행기를 타고 라오스를 떠났다! 피곤하지만 새로운 곳으로 떠날 생각에, 새로운 사람들을 만날 생각에 설레는 마음으로 출발했다. 라오스에 대해 아는 게 아무것도 없었다. 그 전엔 그런 나라가 있는지조차도 몰랐다. 비행기를 기다리며 라오스를 검색해서 조금이라도 정보를 얻는 시간에도 기쁨이 넘쳐났다. 왠지 너무 좋을 거 같고, 더 알고 싶었다. 맨날 혼자 와서 친구들과 처음 어떻게 친해질지 걱정했었는데 이번엔 수현이랑 같이 와서 그런 걱정도 없었다. 비행기에서 잠도 푹 자고 난생 처음 기내식을 다 비웠다.  동남아 지역에 처음 와 봐서 그런지 공항 입구를 딱 열고 나왔을 때 느껴지는 약간의 더위와 특유의 냄새가 신기했다. 게스트 하우스에서 과일(수박, 망고, 용과)을 입에 댔을 때는 내가 천국에 온 줄 알았다. 모든 게 만족스러운 하루였다. 야식으로 먹은 쌀국수가 가장 맛있었고, 더욱 우리의 하루를 풍족하게 해 주었다. 친구와 맛있는 음식과, 선선한 날씨와 새로운 위치의 설렘… 이 모두가 오늘을 완벽한 날로 만들었다.

2017년 1월 4일

비엔티안에서 게스트 하우스 주인에게 라오스에 대한 간단한 설명을 들었다. 라오스에서 오래 사신 분이라 아는 것도 많은 것 같았다. 오늘은 방비엥으로 떠나 우리가 묵을 게스트 하우스 주변을 많이 둘러봤다. 샌드위치를 먹고 달러를 킵으로 환전하는 일도 직접해 봤다. 가격 비교까지 하면서 가장 높은 가격으로 환전해 주는 마트에서 환전을 했다. 개인적으로 운영하는 가게에서 환전해 보는 것도 잊지 않았다.
세 시간 동안 자유시간이 생겨 자유롭게 거리를 활보했다. 쇼핑은 모두 개인이 운영하는 구멍가게에서 했다. 오늘은 공정여행 중에 공정거래를 실천했다. 저녁 먹을 식당도 직접 찾으러 다니면서 지역을 알아 가는 시간이었다. 인솔 선생님이 우리에게 묻지 말고 직접 해 보라고, 혼자 스스로 찾아다니며 해결해 보라고 했는데 진짜 다니다 보니 그 이유를 알겠고, 충분히 혼자 해결해 볼 수 있는 일이라는 걸 깨달았다.

2017년 1월 5일

첫 봉사활동이 시작됐다. 새라오 프로젝트(SAELAO project)에 대해서는 영어를 가르쳐 주는 활동인 것밖에 모르고, 왜 어떻게 시작되었고 그 형태가 어떤지에 대해서도 아는 게 없었다. 그곳으로 이동하기까지도 너무 특별했다. 온갖 색으로 도배된 화려한 트럭 위에 아이들과 옹기종기 모여 탔다. 트럭은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타 볼 이동수단이었기에 ‘마지막이다’라는 생각으로 그 시간을 더욱 즐겼다. 비 맞으며 라오스 풍경을 보는 건 그야말로 낙원이었다. 몇 번이나 수현이에게 “여기서 살고 싶다!”라는 말을 했는지 모르겠다. 내가 한국에서 또는 중국에서 세게 부는 바람 곁에 손을 가져다 대고 눈감고 잠시 행복한 생각을 한 적이 있긴 할까? 나에겐 불어오는 바람, 덕지덕지 트럭, 넓은 산 풍경까지도 큰 기쁨과 행복으로 다가왔다. 새라오 프로젝트 안의 건축들은 모두 친환경적이며 너무 아름다웠다. 화장실을 보고는 놀람을 감추지 못했다. 우리의 배설물들이 일부는 거름으로, 일부는 바이오 가스의 원료로 사용되어 리사이클의 진정한 모티프를 따랐다.
새라오 프로젝트의 목적이 교육인 줄 알았는데 설립자와의 인터뷰를 통해 라오스 주민에게 라오스의 환경을 위해 더 올바르고 좋은 해결책이 있다는 걸 직접 보여 주는 데에 의미가 있고, 그것을 계속 실천하기 위한 방법으로 프로젝트가 시작되었다고 했다. 무작정 하지 말라 하고 반대하기보다 본인이 만든 해답을 실천하는 모습으로 다른 사람들을 올바른 길로 인도하려 한다는 점에서 설립자 썽게오가 너무 멋있어 보였다.


2017년 1월 6일

오늘이 지금까지의 5일 중 가장 행복하고 보람차고 뜻깊었던 날이었다.
아침 일찍부터 새라오에 가서 여러 가지 활동을 했다. 레스토랑 주변의 나무다리들을 다 사포질하고 그 위에 바니시를 바르는 일을 하면서 여기에 머무는 사람들이 다치거나 베이지 않았으면 하는 생각을 했다. 또, 사인 만드는 작업을 하면서는 이곳의 마스코트인 마마피그를 사람들이 많이 알았으면 하는 의미에서 엄마 돼지 그림을 그렸다. 새라오 주변을 꾸미고 돕는 일을 하면서 이곳에 더욱 애정이 생긴 것 같다. 오늘의 하이라이트는 라오 아이들에게 영어를 가르쳐 주는 시간이었다. 어제 한 번 얼굴을 봤던 친구들이라 더욱 살갑게 다가갈 수 있었다.
작은 아이들은 놀아 주는 일로 시작했다. 어제는 여자애들과 손잡고 앉아서 사진 찍는 게 다였는데 오늘은 좀 더 적극적으로 남자애들과 축구도 하고 같이 술래잡기도 했다. 애들이 뒤를 따르면서 인사해 주는 걸 보면서 절로 웃음이 나왔다. 얼마나 오랜만에 짓는 100% 순수 미소였는지 모르겠다. 전혀 가식과 과장이 없는 절로 피식 나오는 그런 웃음…
영어를 가르치는 시간이 다가와서 아이들을 맞이했는데 오늘은 또 새로운 아이들이었다. 다시 처음부터 인사하고 소개하는 시간을 가졌다. 친구들이 밝고 적극적으로 수업에 참여해 고마운 마음으로 수업했다. 숫자, 과일, 가족에 대해 가르쳐 주고 행맨 게임을 해서 단어를 익혔다.
두 번째 수업에는 어제 가르쳤던 친구들과 몇 명의 새로운 친구들이 더 왔다. 새로운 친구들이 나이대도 좀 높고, 밝고 적극적이어서 수업 분위기가 훨씬 좋았다. 수업하는 내내 웃음이 끊이지 않았고 가르치는 나도 너무 재밌고 즐거웠다. 나중에 이 친구들이 자신을 소개해야 하는 상황이 생기면 좀 더 많은 이야기를 할 수 있게끔 이름, 나이, 주소뿐만 아니라 취미, 좋아하는 색깔 등도 가르쳐 주었다. 나중에 이 아이들이 그날의 수업을 조금이라도 기억해 주고 유용하게 썼으면 좋겠다는 욕심 아닌 욕심도 생겼다. 수업이 끝나고 한국에서 가져온 기념품도 선물해 주고 같이 사진도 찍었는데 이미 정이 들었는지 끝난 후에도 많은 아이들이 남아 본인의 휴대폰으로 같이 사진을 찍자고 권했다.
오늘은 가르침보다 사람과의 만남의 시간을 가진 거라고 생각한다, 이 친구들과 더 큰 세상에서 만나고 싶다. 우리 수업 때 도와주러 오신 다른 라오 봉사자가 있었는데 그분이 나중에 알고 보니 새라오 프로젝트의 첫 수혜자라는 걸 듣고 너무 놀랐고 이 프로그램의 필요성을 다시 한 번 느낄 수 있었다. 이게 바로 교육이 만드는 따뜻함이고, 성장 가능성이고, 삶의 행복인 것 같다.

2017년 1월 7~8일

새라오의 마지막 날이었다. 어제 만난 아이들과 간다는 마지막 인사도 못한 채 “See you tomorrow!”라고 소리치는 아이들에게 그냥 끄덕이며 웃던 나 자신이 부끄럽다. 오늘은 그 아이들이 아닌 마을 근처의 아이들과 놀아 주며 대화가 아닌 마음으로 소통을 하고, 기쁨을 나누고, 웃음을 공유했다. 처음에 쭈뼛쭈뼛 손도 제대로 못 흔들어 주던 아이들이, 마지막에 헤어질 때는 가는 우리에게 먼저 손 흔들어 주는 모습을 보면서 너무 행복했다. 어떻게 하면 이 아이들이 날 더 좋아해 줄까, 덜 두려워할까 하나하나 신경 쓰며 생각하는 나 자신이 너무 신기했다. 점점 아이들의 관심을 얻을수록 웃음 짓고 있는 내가 웃겨 보이기도 했다.
짧은 시간이었기 때문에 정이 들어 헤어지기 어려울 정도는 아니었지만, 여러 행복한 기억 중 한 자리를 차지할 만큼 따뜻한 추억이었다. 이 아이들에게 우리와의 시간이, 일상을 잘 보내다가 뜬금없이 한 번 떠오르는 정도의 추억이라도 되었으면 좋겠다. 오늘 블루라군에서의 한 시간은 너무 너무 재밌었고 자유로웠다. 물을 두려워했는데 그런 마음이 싹 사라졌다.다이빙을 하면서 내가 물을 즐기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난생 처음 카약킹을 해 보았다. 크루즈나 배는 타 보았지만 직접 노를 저으며 보트를 몰아보는 건 정말 새로웠다. 카약킹을 하면서 공정여행과 비슷하다는 생각을 했다.
내가 노를 저어야 좀 더 앞으로 가까이 갈 수 있고, 내가 트는 방향대로 길이 달라지고 내 위치가 바뀐다. 나는 가이드 오빠와 같이 보트를 탔다. 그는 영어에 대한 열정을 가지고 나와의 대화로 영어실력이 향상되길 기대했다. 몽족이기 때문에 라오스에서 겪는 어려움을 잠깐 들었고, 그렇기 때문에 영어의 중요성이 더 크다는 말을 했다. 보트 타는 손님 한 명이라도 붙잡고 계속 말을 거는 욕심과 열정이 너무 보기 좋아 계속 대화를 이어 갔다. 오늘의 날씨가 역대급으로 더워서 카약킹 중간 거리에서 아이들이랑 내려 계획에 없던 물놀이를 했다. 너무 해맑게 유치하단 생각도 하지 않은 채 그냥 물놀이를 즐겼던 것 같다. 카약킹을 하면서 본 라오스는 더 예뻤다.

2017년 1월 9일

여행사에서 짜 놓은 정확한 스케줄도 아니고, 인솔자의 결정에 따른 여행코스도 아닌 내가 원하는 곳을 여행 다닐 수 있는 기회가 오늘 주어졌다. 라오스 국립 대학생 세 사람과 함께 세 그룹으로 나뉘어 각 조별로 다른 경험을 할 수 있게끔 했다. 전체가 다 같이 간 곳은 부다파크이다. 부다파크에서 쟌니 언니의 설명을 들으며 구경을 했는데 지옥은 사람들이 죄를 짓는 게 쉬운 만큼 들어가기도 쉽다고 했고, 반대로 천국은 정말 노력해야 갈 수 있는 곳이기 때문에 그곳의 천국 또한 들어가지 못하는 구조로 되어 있다고 했다. 진짜 맞는 말이라고 생각했다. 이후에는 맛있는 밥을 먹고 조별로 시내 투어를 했다.
 인터넷으로 검색을 해 보니 박물관이나 사원보다 시내 풍경, 거리, 시장 등을 구경하는 게 훨씬 볼 것도 많고 의미 있다고 했다. 그래서 주로 상가나 거리를 돌아다니며 시내 구경을 원 없이 했다. 시원은 금방 보고 나오니 볼 게 별로 없어서 조금 실망스러웠지만 빠뚜싸이라는 탑에 올라가 시내 전체적인 뷰를 감상했을 때는 너무 기분이 좋고 확 트인 느낌을 받았다. 이번 여행은 그 무엇보다 의미 있었고 따뜻했다. 다시 라오스에 오고 싶다는 마음을 가지고 이제 나는 떠나려 한다.



 

 

 


정구영(뉴욕대 재학생)

사진 공감만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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