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134호] 일본의 숨은 온천말을 '오구니'의 자연과 공존하는 삶

오구니 온천마을 공정여행을 가다
일본의 숨은 온천마을 ‘오구니’의 자연과 공존하는 삶







유난히 추웠던 지난 겨울, 일본의 숨겨진 온천마을로 유명한 구마모토현의 오구니 마을로 가족여행을 떠났다.
오구니는 한자로 小国(소국)이며, 이름대로 인구 약 7천 명의 작은 시골 마을이다. 이 작은 마을은 땅에서 뜨거운 증기가 쉴 새없이 나오고 있으며 증기로 뒤덮인 새하얀 마을 풍경은 대단히 독특한 분위기이기에 언젠가는 가보고 싶은 곳이었다.  
일본 국내여행정보 사이트 ‘자란’에서 조사하는 ‘가서 만족하는 관광지’ 규슈지역 순위에서 매년 수위(首位)를 차지할 정도로 오구니의 온천지는 독특한 매력을 지닌 곳이다.
임업이 마을의 주된 산업이었으나, 지금은 온천자원을 적극 활용한 관광업과 땅 밑의 뜨거운 지열을 활용한 재생에너지 등, 자연 친화적인 마을이기도 하다.
후쿠오카 공항에서부터 약 두 시간, 구마모토 공항이라면 약 한 시간 반 거리에 위치한 산골 마을 오구니. 오구니로 가는 길은 온통 삼나무 가득한 산뿐이다.
굽이굽이 지나서 보이기 시작한 마을이 이번 여행의 목적지인 와이타산기슭에 위치한 오구니 마을의 대표적인 온천지 ‘와이타 온천향’이다.
저녁 무렵 빛이 사라져 가는 마을을 뜨거운 증기가 뒤덮고 있는 풍경이 이색적이며 대단히 신비스러웠다.
온천료칸 ‘청량장’의 가라시마 아주머니께서 웃는 얼굴로 우리 가족을 반갑게 맞이해 주었다.
오구니 마을에 시집온 후, 30년 이상 료칸을 경영해 온 가라시마 상의 저녁식사를 기대하며 짐을 풀고, 우선은 뜨거운 온천탕에서 피로를 풀었다. 
 밖은 아직 매서운 겨울 날씨였지만 아무도 없는 뜨거운 노천탕에 들어가 있으니 지상 낙원이 따로 없었다.
입욕 후, 저녁 식사가 준비된 방으로 가니 오구니 마을에서만 즐길 수 있는 온천 증기로 만든 ‘지옥의 찜닭’과 지역에서 채취한 산채와 민물고기 요리가 나왔다.
요리는 언제나 마을 내에서 구할 수 있는 재료로 한다는 가라시마 상의 요리에서 30년의 요리 경력을 느낄 수 있었다.
다음 날 아침 해가 뜨기 전, 홀로 오구니마을 산책을 하였다. 새벽의 오구니마을은 조용했으며 뜨거운 증기는 짙은 안개가 덮여 있는 듯한 몽환적인 분위기를 연출하였다. 산책을 마치고, 아침 식사 전, 다시금 온천에 들어갔다. 상쾌한 아침 공기와 함께 노천탕에서 바라보는 와이타산의 절경은 아직도 선명히 기억할 정도로 멋졌다.
오구니마을의 집에는 다른 지역에서는 볼 수 없는 자연온천이 있는 집들이 많다고 한다. 욕실의 탕에는 24시간 언제든지 뜨거운 온천이 흘러나오고 있어서 조금이라도 피곤함을 느낄 때는 언제든 온천욕을 하며 건강을 유지한다.
일본인들은 매일같이 뜨거운 탕에 들어가 하루의 피로를 푸는 습관이 있는데 오구니마을 욕실은 일본사람이라면 누구라도 부러워한다고 가라시마 상이 자랑하였다.  
아침 식사 후, 가라시마 상과 함께 마을을 둘러보았다. 먼저 보여 준 곳은 마을 사람들이 함께 사용하는 공동 건조장이었다.
온천 성분을 포함한 고열의 증기를 생활에 활용하여 농작물을 건조시키며 때로는 빨래를 말리기도 한다고 한다. 와이타 온천지역의 대명사로 불리는 하얀 증기는 민가의 입구, 밭 등 마을 지면 어디에서도 볼 수 있다.
겨울은 더할 나위 없이 따뜻하고 좋지만, 여름은 반대로 증기로 인해 매우 습하며 덥다고 한다.
가라시마 상의 지인집을 잠시 방문 하여 오구니마을 일반 가정집을 구경하였다. 특히 눈에 들어오는 것은 난방장치였다.
일본의 일반적인 난방기기는 히터를 주로 사용하나, 이 마을은 증기가 나오는 파이프를 고타츠(전기히터가 달린 탁자를 이불로 덮는 난방기기)에 연결하는 온천증기 고타츠를 사용한다고 한다.
전기세도 들지 않는 대단히 친환경적인 난방기기였다. 이야기를 나누다 불편한 부분에 대해 물어보니 습기가 많기에 텔레비전과 같은 전기기기, 자동차는 자주 고장이 난다고 한다.
오구니마을 사람들의 요리에 빠질 수 없는 찜통. 가정집에도 하나씩은 있다고 하나 양이 많을 때는 오구니마을의 공동찜통을 이용하여 대량으로 찐다고 한다. 지옥찜이라고 불리는 온천증기로 찌는 요리는 대지의 에너지를 활용하는 친환경 요리법으로 고온에서 단숨에 찌므로 재료의 맛이 응축되어 있는 듯하다. 달걀, 고구마, 옥수수, 감자, 닭, 소시지 등이 주된 찜요리 재료로 사용된다.
가라시마 상과 함께 마을 산책을 마치고 오니 출발 전, ‘청량장’의 찜통에 넣어 두었던 고구마가 먹기 좋게 익었다.
주어진 환경을 슬기롭게 활용하는 오구니마을 사람들은 온천으로 몸과 마음의 건강, 증기 찜통으로 맛있는 요리, 지열을 활용한 재생에너지로 낭비 없는 생활을 영위했다.
자연에 받은 혜택을 소중히 하며 항상 자연과의 순환 생활을 생각하는 오구니마을 사람들. 도시에서 바쁘게 살아가며 잊고 있는 자연의 소중함과 삶의 여유에 대해 오구니 마을은 다시금 생각하게 해 주었다.






글 사진 서영욱 여행 코디네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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