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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134호] 2018 토마토, 영화 찍기로 결심하다
2018 토마토 영화 찍기로 결심하다
오디션 편
어느 날 월간 토마토 단체 대화방에는 공지 하나가 올라왔다.
“모두 다 함께 찍는 ‘토마토 영화’ 오디션 일정!! 날짜 : 5월 23일 13~15시 / 참석인원: 전원 / 특징: 연기를 잘 할수록 배역을 선택할 수 있는 어드밴티지가 있습니다. 모두가 대사 한 줄 있는 작은 배역이라도 맡아야 합니다!! 오디션은 가나다순으로 진행합니다!!!”
진짜 오디션을 하냐며 의아해하는 직원도 있었다. 여러 의문이 난무했지만, 오디션 날짜는 정해졌고, 대망의 오디션 날이 다가왔다. 월간 토마토 건물 3층에서 땅콩과 포포, 얌얌이, GD는 오디션 준비로 분주히 움직이고 있었다. 얌얌이가 그동안 틈틈이 써 온 시나리오 일부를 처음 선보이는 자리였다. 본인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대학 시절 드라마 두 편을 찍어 봤다는 이유로 감독을 맡은 GD는 카메라 세팅을 시작했다. GD는 하고 싶지 않다며 툴툴대지만, 누구보다 열심히 참여하고 있었다.
모든 준비를 마치고 한 명씩 오디션에 참여했다.
땅콩 거기 바닥에 표시한 부분에 서서 연기해 주세요.
GD 카메라도 한번 봐 주세요.
얌얌 시나리오를 전부 다 읽는 건 아니고요. 제가 형광펜으로 표시해 둔 부분을 연기하면 됩니다. 먼저 엄마랑 통화하는 장면부터 시작할게요. 자연스럽게 엄마랑 통화하듯이 연기하면 돼요.
생각보다 가까운 얌얌이와의 거리와 카메라 테스트를 명목으로 한 동영상 촬영으로 오디션장에 도착하자마자 좌절하며 웃기 바쁜 사람이 있는가 하면, 의외로 의연하게 대처하며 대사를 읊기 시작하는 사람도 있었다. 약간의 정적과 무안함이 담긴 웃음이 한바탕 지나가고 나면 직원들은 어느새 자신만의 목소리와 표정으로 연기를 시작했다.
얌얌 도도 어땠어?
땅콩 연기 잘하는 거 같은데? 차분하고 자연스러운 느낌이야.
얌얌 그렇지? 감정선도 설명해 주면 잘 이해하고 연기하고. 의외야. 자연스러워.
한 명씩 오디션 현장을 빠져나갈 때마다 땅콩과 얌얌이, GD의 대화가 이어졌다. 생각보다 직원들의 연기력이 좌절할 정도는 아니라고 생각하는 듯 보였다. 그중에는 “오~” 하는 감탄사가 절로 나오는 사람도 있었다. 얌얌이는 차분하면서도 날카롭게 씬의 감정을 설명하고 연기를 이끌었다.
얌얌 지금 이 부분은요. 주인공 때문에 피해를 본 여진이가 화를 참으면서 얘기하는 장면이에요. 화를 억누르면서 비꼬듯이 얘기하는 거 있잖아요. 그런 감정을 담아서 연기해 주시면 돼요.
얌얌이는 대본에 없는 상황을 직접 연출하고 애드리브 대사를 유도하기도 했다.
얌얌 이건 대본에 없는 내용인데요. 주인공 실수 때문에 피해를 보고 화가 난 상황이에요. 직접 화 내는 상황을 자유롭게 연기해 주세요..
시나리오 작가 얌얌이의 구체적인 디렉팅 덕분에 직원들은 자연스럽게 연기했다. 얌얌이는 그 어느 때보다 진지한 표정이다. 모든 직원의 연기를 지켜봤던 GD와 얌얌이, 땅콩의 오디션도 빠지지 않았다. 서로를 번갈아 쳐다보며 당황스러운 웃음을 감출 수 없었다. 그리고 서로에 대한 냉정한 평가가 이어졌다.
얌얌 땅콩 네가 봤을 때 나는 어떤 거 같아? 냉정하게 평가해 줘.
땅콩 아~ 얌얌이 너는 정말 연기 천재지. 난 네가 주연했으면 좋겠어. GD는 어땠어?
얌얌 GD는 목소리 톤이 좋아. 발음도 좋고. 나는 GD가 했으면 하는 역할이 있어.
GD (부끄러움에 고개를 들지 못한다) 아 아냐. 나 연기하고 싶지 않아. 이런 거 너무 싫어! 쑥스러워.
땅콩 나는 어땠어?
얌얌 땅콩 너는 착해. 못된 역할은 못 맡기겠어. 그래도 발음도 좋고, 괜찮아.
땅콩 오~ 발음 좋다는 말 처음 들어 보는데.
얌얌 그냥 할 말 없어서 하는 말이지. 알지?
오디션을 보는 직원 중에 “아, 이게 뭐라고!”를 연발하는 사람도 있었지만, 다들 나름대로 진지하게 오디션에 임했다.
땅콩 베스트 세 명을 뽑으라면 누구야?
GD 내가 보기에 연기할 만하다 싶은 사람은 스파, 자무쉬, 롬복이 잘했어. 여자 주인공은 자무쉬나 롬복이 하면 좋을 것 같아. 남자 주인공은 품이가 좋겠네.
얌얌 나는 도도, 피아, 헌드가 좋았어. 스파 연기도 좋았고. 키키도 잘하는데 치아교정을 해서 아쉬워.
과연 주인공은 누구일지 관심이 쏠리는 가운데, 결과는 시나리오 작가 얌얌이 손에 달렸다.
글 사진 이지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