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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134호] 우리(cage) 안 동물, 우리(cage) 안 우리
우리(cage) 안 동물,
우리(cage) 안 우리
대전테미예술창작센터 박용화 개인전 〈비인간적 동물원〉
지난 5월 18일, 대전테미예술창작센터에서 진행하는 시각예술 레지던시 프로그램 5기 입주예술가 박용화 작가의 개인전, 〈비인간적 동물원〉이 끝났다. 〈비인간적 동물원〉은 동물원 안 동물을 바라본 유년시절 시선과 성인이 된 지금의 시선이 변화한 것에서 출발했다.
초등학교 소풍 명소인 동물원은 어린아이에게 늘 가슴 설레는 장소다. 텔레비전과 사진으로만 만나던, 큰 덩치에 용맹스럽던 동물은 생각만으로도 초등학생의 가슴을 두근거리게 한다.
박용하 작가 역시 유년기와 청소년기에 동물원을 자주 방문했다고 한다. 그 시절 작가가 마주한 동물은 신기하고 다양한 감정을 느낄 수 있는 좋은 관람 대상이었다. 하지만 이후 성인이 되어 어린 시절 향수를 안고 방문한 동물원은 어린 시절 느꼈던 감정을 전혀 느낄 수 없는 공간이었다. 야성을 잃고 인공적으로 꾸며진 자연 속에 갇혀 무료한 생활을 하는 동물이 누워 있었다.
본래의 모습을 잃고 사람에게 길들여진 동물을 보며 박용하 작가는 단순한 호기심에서 벗어나 동물원이라는 공간 전체를 바라보기 시작했다. 그리고 ‘어쩌면 동물원의 모습이 우리 현대 사회의 모습과 비슷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도달했다. 작가는 자신이 느낀 동물원과 현대 사회의 중첩된 모습을 관객이 직접 느낄 수 있도록 했다.
전시가 진행된 1층 아트라운지에는 나무로 짜인 커다란 우리(cage)가 공간을 차지하고 있었다. 공간 속 또 다른 공간으로 ‘Human Cage’라는 이름의 설치물이었다. 관객은 이 우리(cage) 안으로 들어가 잠깐의 자발적 감금을 경험한다. 우리(cage) 안에 머무르며 불안과 무료함, 그리고 우리(cage)를 벗어났을 때의 해방감 등, 여러 감정을 잠깐이나마 느낄 수 있다.
Human cage 안에는 동물원 속 동물, 작가가 느낀 동물원과 이를 닮아 있는 현대 사회의 모습을 그린 작품이 걸려 있었다. 작품 속 동물원의 모습은 우리가 보아 온 모습과 똑같다. 다만, 우리는 동물들에게 시선이 쏠려 보지 못했을 뿐이다. 새장 안에는 처리하지 않은 배설물이 잔뜩 흘러 있다. 새가 온전히 쉴 수 있는 곳이라곤 새장 속에 놓인 말라비틀어진 나무뿐이다. 작품 〈사냥터가 된 동물원〉은 폐허가 되어 버린 우리(cage) 안의 모습이 그려져 있다. 바싹 마른 땅과 인공 절벽 너머에는 불길이 일고 있고, 코뿔소 주변에는 폭력의 잔재만이 나뒹군다. 뿔을 부딪치며 싸우는 코뿔소 뒤로는 총을 든 사냥꾼이 이들을 지켜보고 있다. 마치 승자를 가리는 싸움터 같다. 싸움에서 진 코뿔소는 언제고 사냥꾼의 총에 맞아 죽을 것 같은 불안감에, 안간힘을 다해 싸우고 있는 듯하다.
시리아 내전으로 인해 버려진 동물원 속 동물의 처참한 모습도 목격할 수 있다. 작품 〈갇히고 버려진 동물〉은 인간의 단순한 유희 대상인 동물은 우리(cage) 안에 방치된 채, 죽음의 문턱에 다가서 있다. 자유를 잃고 평생을 속박당하다, 상황에 의해 버려진 동물은 여전히 말이 없다. 그리고 우리 또한 말이 없다. 돈을 지불하고 동심으로 돌아가 동물을 보며 즐거워하다 집으로 돌아간다.
우리(cage) 안에서 작품을 감상하다 보면, 창살 너머로 보이는 작품을 마주한다. 바로 〈눈을 감은 관람자〉다. 우리(cage) 너머에 걸려 있는 일곱 개의 초상화는 전부 눈을 감고 있다. 우리(cage) 안에서 바라본 이들의 모습은 조금 거북스럽다. 눈을 감은 채 우리 안에 갇힌 동물과 안에서 벌어지는 상황을 방관한다. 무기력한 모습을 보이는 동물들을 그저 신기하게만 바라보는 우리 모습과 그다지 다르지 않다.
글 사진 이주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