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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134호] 무질서 속에서 그들만의 질서를 탐구하다
무질서 속에서 그들만의 질서를 탐구하다
한국화학연구원 Space C# 전시,
<카오스모스-혼돈과 질서가 공존하는 우주>
카오스모스란 코스모스(Cosmos)와 카오스(Chaos)를 결합한 단어로 코스모스는 질서, 규칙, 보편의 세계를 말하며, 카오스는 무질서, 혼돈, 비균질, 특수의 세계를 의미한다. 즉 대립적인 두 단어가 한 세계에서 함께 공존해 조화를 이루고 있음을 의미한다. 한국화학연구원 Space C#에서는 지난 5월 20일까지 전시 <카오스모스-혼돈과 질서가 공존하는 우주>를 진행했다. 전시에 참여한 네 명의 작가는 자신만의 색깔로 혼돈 속 질서, 카오스모스를 담아냈다.
보이지 않는 것의 형상
카오스모스. 혼돈과 질서가 공존하는 우주에 관한 각자의 사유를 작품에 녹여 낸 네 명의 작가 전시가 한국화학연구원 Space C#에서 이루어졌다. 이번 전시에 참여한 작가는 박선기, 윤성필, 장용선, 전인경 작가로 하나의 주제 속에서 다양하고 독특한 작업을 펼쳤다.
박선기 작가는 자연 재료인 숯을 사용해 기하하적인 집합구조물을 만든다. 작가는 숯이 자신의 생성과 변화, 소멸, 순환적 사유를 형상화하기에 가장 적합한 재료라 판단했다. 숯은 본래 나무였다가 연료로써 자기 할 일을 해낸 뒤, 재로 돌아가 나무의 자양분이 된다. 이처럼 숯이 가진 순환 성질은 우주 에너지의 순환성을 상징하기에 더없이 좋은 재료다.
작품
박선기 작가의 또 다른 작품
주로 금속 재료를 사용하는 윤성필 작가는 금속을 통해 우주 에너지를 탐구하고 과학적 사유를 작품에 녹여 낸다. 철가루와 쇠구슬 등 자석에 잘 붙는 소재와 자석을 이용해 우주의 원리와 깊은 사유를 다양한 형태로 표현한다.
윤성필 작가의 <카오스, 우주, 순환(Chaos, Cosmos and Circulation)>은 하나의 축을 기준으로 쇠구슬이 일정하게 떨어져 있다. 마치 컴퍼스를 이용해 그리는 것처럼 자석장치를 회전시켜 일정한 선이 만들어지도록 했다. 자석장치에 의해 그려진, 자석이 그린 그림인 셈이다. 이는 끊임없이 작용하며 거대한 우주를 탄생시키고 유지 가능케 하는 우주 에너지를 시각화한 작품이다. 우주의 에너지는 비시각적인 것으로, 이 에너지의 흐름을 기계장치와 연결된 작품을 통해 가시적으로 보여 준다.
작품 <넓은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다 F-04>는 참여형 작품으로 관객이 직접 우주의 에너지를 확인한다. 관객이 작품에 가까이 다가간다. 이를 인식한 센서가 작품에 동력을 주는 기계 장치를 작동시킨다. 새하얀 동그라미 작품 모서리에 부착된 자동차가 원 외곽을 따라 달린다. 계속해서 회전하는 자동차는 자연스럽게 흰색 면에 바퀴 자국을 남긴다. 보이지 않는 우주 에너지의 모습이 이 바퀴 자국을 통해 드러나는 것이다.
그들의 상상으로부터 탄생한 우주
생명의 본질을 주제로 우주의 에너지와 물질, 생명의 기원을 탐구하는 장용선 작가의 작품은 생명의 가장 근본적인 것에서 출발한다. 한 생명체를 이루는 가장 작고 기본적 단위인 세포에서부터 시작해 거대한 형상인 군집으로 표현한다. 또한 장용선 작가는 ‘나는 어디로부터 왔는가’라는 주제로 우주의 모든 생명과 물질 생성에서 소멸, 그리고 영원회귀에 이르기까지. 이 모든 대순환성을 작품에 녹여 낸다.
노아의 방주를 연상시키는 작품
이렇듯 장용선 작가는 끊임없이 움직이는 생명의 에너지, 우주 만물이 서로 얽혀 질서와 혼돈을 끝없이 반복하는 대우주에 관한 상상을 작품에 담았다. 작가는 “우리의 생명은 가까이 있는 작은 세포에서부터 먼 우주에 있는 행성에까지 존재한다”고 말한다. 너무 거대하거나 너무 작아서 표현할 수 없었던 것, 또는 우리가 볼 수 없던 세계의 신비로움을 작품을 통해 확인시킨다.
전인경 작가는 서양학과를 졸업하고 한국 불화 무형문화재 만봉 스님에게 5년간 사사했다. 5년의 시간 동안 동서양의 영적, 정신적, 종교적 세계관에 빠져 작가 자신만의 예술세계를 확장했다.
전인경 작가는 이번 전시를 위해
전인경 작가의 작품에는 수많은 원이 존재한다. 그리고 한데 엉켜 있다. 우리가 살아가는 세계에 대입했을 때 원 하나하나는 사회 구성원이다. 이 원들이 교집합을 이루고 하나로 이어진 것처럼 우리 자신도 독립적 존재로 살아가지만, 결국엔 서로가 연결되어 살아가는 세상이다.
전시 작품 대부분은 자연의 순환과 반복을 다루고 있다. 자연은 언뜻 보았을 때 혼란스러워 보이지만 그 나름의 질서가 있는 하나의 우주다. 우주의 일부인 우리는 혼돈 속에서 질서를 찾고 규칙화하며, 거대한 흐름 속에서 새로운 갈래를 만든다. 우리는 지금 카오스모스의 세계를 살아가고 있다.
글 사진 이주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