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133호] 이들은 자발적 행위자가 아닌 폭력에 ...

이들은 자발적 행위자가 아닌 폭력에 놓인 피해자다

여성인권운동단체 티움

 

 

 

여성을 대상으로 일어나는 성차별과 성범죄에 대해 우리 대부분은 같은 생각을 가지고 있다. 이는 사회적 문제이며 이를 해소하기 위해 다양한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하지만 이와 달리 성매매를 바라보는 시각은 개인에 따라 다르다. 성매매를 사회적 강요에 의해 벌어진 성범죄로 바라보는 이가 있는 반면, 누군가는 이를 여성이 선택한 자율적인 것 이라 말한다. 미투 운동으로 사회에 만연한 잘못된 성인식이 공론화된 현재, 지금이야 말로 다시 한번 성매매에 대한 시각을 새로 정립해야 할 때이지 않을까. 성매매 여성이 인권 착취적인 성노예화에서 벗어나 새로운 삶을 이어 나갈 수 있도록 돕는 여성인권운동단체 티움은 성매매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바꾸기 위해 노력하는 곳이다.

 

 


 

 

우리 사회는 성매매를 방조했다

중앙로역에서 도보로 10분 남짓. 여성인권운동단체 티움(이하 티움)은 시간의 흔적이 곳곳에 남아있는 선화동에서도 비교적 낮은 건물의 4층에 자리한다. 부설기관으로 인권지원 상담소 ‘느티나무’와 여성자활지원센터, 공동생활가정 그룹홈을 운영하는 이곳은 성산업 착취구조 해체 및 성매매 여성의 인권 보호, 성매매 여성 비범죄화 필요성 확산, 지역 내 반 성매매 운동 확산을 위해 노력한다.
티움의 시작은 1987년에 설립된 대전여민회다. 설립 당시 대전 내에는 여성이 가정폭력과 성폭력을 상담할 수 있는 창구가 없었다. 많은 여성이 마지막 희망으로 대전여민회에 상담전화를 했고, 대전여민회는 상담소를 개설해 가정폭력, 성폭력, 직장 내 성희롱과 성추행 문제 등을 해결하는 데 힘을 보탠다. 당시에는 자원봉사자로 구성된 비상근인력이 주를 이루어 상담소를 운영했지만, 점차 지역이 여성에 대한 폭력에 주목하면서 비로소 상근인력이 조금씩 생겨나기 시작했다. 현재 티움에는 상담소 직원 여덟 명, 자활센터 직원 여섯 명이 근무하고 있다. 보금자리도 대전여민회에서 중촌동으로 그리고 다시 선화동으로 옮기며 지금의 모습을 갖췄다.
티움이 여성인권 중에서도 성매매 여성 인권에 주목하게 된 건 1990년도에 군산 성매매업소 화재사건이 발생하면서부터다. 1990년 9월 19일, 군산 대명동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화재가 발생한 곳은 군산 일대에서 유명한 성매매 업소 집결지 ‘쉬파리 골목’의 한 업소였다. 불법 개조한 무허가 건물 3층에는 성매매업소가 자리했고 업주는 성매매 여성이 달아날 수 없게 문을 쇠창살로 막아 놓은 상태였다. 화재는 20분 만에 진화됐지만, 밖으로 탈출할 수 없었던 성매매 여성 다섯 명이 목숨을 잃었다. 군산 경찰은 이 사건을 빠르게 정리하기 위해 화재 현장을 보존하지도, 증거물을 챙기지도 않았다. 성매매 집결지가 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이를 방조하고, 수년 동안 소방점검조차 제대로 하지 않았던 사회의 잘못이었다. 유품을 정리하기 위해 화재현장을 찾은 유가족은 목숨을 잃은 여성이 남긴 일기 등을 통해 포주가 방세 등의 명목으로 매달 거액의 금액을 요구하며 여성들을 착취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이곳에서 성착취를 당하던 여성들은 인간답게 살고 싶어 했으며 간절히 이곳을 떠나고 싶어 했다. 유가족은 군산여성의전화에 도움을 요청했고, 우리 사회가 외면한 이들을 위해 많은 사람이 뜻을 모아 국가대상 손해배상청구소송과 캠페인, 서명운동, 집회 등을 펼쳤다. 대전여민회도 이런 활동에 함께하며 우리 지역의 성매매 현황에 주목한다.
 

 

 

성매매여성을 만나기 위해 집창촌을 찾는다

군산 성매매업소 화재사건을 계기로 여성인권단체들이 우리 사회에 만연한 성산업 구조를 바꿀 법률 입법 활동을 시작했다. 티움도 사회에 변화를 도모하기 위해 전적으로 함께했다. 1994년, ‘성매매 알선 등 행위의 처벌에 관한 법률’이 제정됐다. 그리고 이 법률을 계기로 대전에서도 한 차례 변화가 일어났다. 2008년을 기점으로 유천동 서부터미널 뒤편에 줄지어 있었던 기업형 성매매업소 67곳이 문을 닫았다.
“성매매 여성들이 탈 성매매할 수 있도록 유천동에 집중해 활동을 펼쳤어요. 상담소는 현장과 밀접해야 해요. 자주 찾아가 얼굴을 익히고 그곳 여성들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게 저희가 하는 일이에요. 여성들은 포주의 협박과 거짓말, 사람에 대한 신뢰감 부재 때문에 쉽게 자신의 어려움을 말하지 않아요. 자신의 성매매 경험을 드러내야 한다는 문제도 있고요. 우리에게 먼저 도움을 요청하는 건 인신매매와 같은 정말 위험한 상황에 닥쳐 있을 때죠. 그때마다 저희가 구조 지원을 나가고 있습니다. 법적지원은 2004년부터 시작했고요.”
최명순 센터장은 2008년 이후, 많은 성매매 업소가 유천동에서 사라졌지만 여전히 티움 상담소 직원들이 이곳을 찾는다고 말한다. 아직 남아 있는 20여 개 업소의 여성들을 만나기 위해서다. 이외에도 티움은 기업형 성매매업소가 집결한 유성 등을 꾸준히 찾아 성매매 여성에게 도움을 주고자 노력한다.
“저희는 성매매 여성이 자립할 수 있도록 법률적, 의료적 지원을 하고 있어요. 성매매 여성이 탈 성매매하기 힘든 가장 큰 이유가 경제적 문제인 만큼 빚의 올가미를 끊을 수 있게 돕습니다. 여성들이 자립할 수 있도록 자활프로그램도 운영하고요.”
티움이 운영하는 공동생활가정은 탈성매매여성이 주거안정을 통해 미래를 준비하는 공간이다. 이곳에 입소한 여성들은 자활프로그램에서 제작한 수공예품으로 수익을 얻는다. 또한, 수익의 일부를 일정 기간 저축하면 시에서 자립정착금 일부를 지원해 주거도 마련할 수 있다.
“성매매는 공기처럼 어디에나 있어요. 한국 성산업 규모가 6조 원으로 파악됩니다. 이는 한국영화산업의 다섯 배 규모죠. 성은 노동의 대상이 아닙니다. 성을 거래한다는 건 인권을 거래하는 것과 같아요. 그래서 성에는 노동이라는 단어가 붙어서는 안 돼요.”

 

 

아이들은 자그마한 디딤돌에도 성장한다

성매매업소 여성을 돕는 일과 함께 몇 해 전부터 티움이 주력하는 활동은 청소년을 위한 프로그램이다. 성매매에 유입되는 여성의 나잇대가 점점 낮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현행법과 제도는 성인 성매매 여성을 대상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렇다 보니 법의 사각지대에 놓인 아이들이 이른 나이에 성매매에 유입된다.
“요즘은 앱으로도 조건만남이 가능한 시대잖아요. 성매매 운영 방식 변화에 저희도 놀랄 때가 있어요. 청소년 성착취가 심각한 상황이에요. 최근 성행하는 성매매 방식이 청소녀 두 명과 성매수 남성 한 명이 조건만남을 하는 거예요. 그렇다고 아이들이 두 배로 화대를 받는 것도 아니고, 오히려 화대를 두 명이 나눠 가져요. 그런데 왜 이 아이들이 그렇게 하는지 아세요? 무서워서예요. 성매매가 너무 무서워서. 얼마나 성매매가 폭력적이면 아이들이 이렇게 할까요?”
성매매에 유입되는 아이들의 연령이 15~16세까지 낮아졌다. 가정과 학교에서 보호받지 못한 아이들은 거리로 내몰리며 성매매에 유입된다. 티움은 우리 지역 사회가 이 문제에 집중하고 청소년 성범죄의 심각성을 함께 공유하길 바란다. 이를 위해 지난 2012년부터 청소년기관과 연계해 토론회를 개최하고 아이들을 구출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기획했다. 지난 2016년 11월에는 대전위기청소년지원네트워크를 형성해 청소년 성매매 문제의 심각성을 공론화하기도 했다.
티움이 운영하는 청소년 프로그램의 시작은 아이들이 신뢰할 수 있는 어른을 만나는 것에서부터다. 티움 직원들은 아이들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아이들이 스스로 일정한 수입을 얻어 경제적 어려움에서 벗어나게 돕고 있다. 티움이 운영하는 공방에서 아이들이 하루 네 시간 동안 수업을 듣고 공예품을 만들면 일정한 수입을 보장하는 형태다. 이와 함께 아이들에게 여성으로 살아가는 여성주의 강의를 열고, 성폭력, 성매매를 예방하는 교육과 진로 상담을 실시한다. 직업 훈련으로 아이들이 자활할 수 있도록 돕기도 한다.
“티움에서 1년 정도 생활한 친구들이 심리적 안정을 얻고 계획성 있게 생활하는 모습을 봤어요. 건강하게 돈을 벌기 시작하자 경제관념도 생기고, 주거가 안정적이니 힘을 얻기 시작했죠. 자립할 힘을 가진 친구들이 다시 집으로 돌아가 가족과 관계를 회복하는 모습도 봤어요. 직업 훈련을 받고 싶다든가, 검정고시와 기술을 배우고 싶어 하는 아이도 생겼죠. 아이들은 조그마한 디딤돌만 있어도 달라져요.”
티움을 통해 자립한 아이들이 자신과 같은 어려움에 처한 친구를 데려오기 시작했다. 달라진 아이들의 모습은 티움 직원들의 힘과 희망이 됐다. 티움은 앞으로도 시에 꾸준히 청소년 문제를 제기하고, 청소년기관과 함께 아이들의 디딤돌이 되어 주고 싶다. 이를 위해 최근에는 성매매피해아동청소년지원센터를 설립했으며, 올해부터는 아이들을 위한 법률적, 의료적 사업도 진행할 예정이다.
“우리가 무엇을 할 수 있을까요? 우리는 성매매에 노출된 여성이 티움에 대한 신뢰를 쌓고, 이를 바탕으로 주체적인 삶을 살아가길 바라요. 우리는 이들을 자발적 행위자로 봐서는 안 돼요. 폭력에 노출된 보호대상자로 봐야 해요. 티움이 성매매 여성들의 곁에 있다는 사실을 알아줬으면 좋겠어요. 어려움을 나누고 동반자와 조력자로 그들의 옆에 있고 싶어요.”

 

 


 

 

글 사진  오시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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