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132호] <대전 - 내 삶에서 만들어진 것>展

<대전 - 내 삶에서 만들어진 것>展
삶이 빚어 낸 조각 한 점
조각이 빚어 낸 삶의 단편

 

 

지난 3월 9일부터 18일까지 이공갤러리에서 ‘대전-내 삶에서 만들어진 것’이라는 주제로 구정희, 김윤, 박일서, 송호준, 전좌빈, 정연민, 정의철 등 일곱 명의 작가가 모여 전시를 열었다. 작품을 빚어 내는 작가와 생계를 이어 나가는 생업 사이에서 이들이 느낀 일상의 단편이 작품에 담겼다.

 


 

 

많은 예술가가 작품을 통해 자신을 표현하고자 한다. 종종 그 과정이 녹록지 않은 순간에도 작가는 삶의 일부분을 작품에 담으려 노력한다. 이번 전시에는 이런 작가의 일상이 고스란히 녹아들었다. 작품 활동과 함께 생업을 이어 가며 삶과 예술이 하나가 되는 과정을 작품에 담았다. 작품을 통해 작가 자신의 삶을 조명하고자 했다.
학교 기숙사 편의점을 운영하며 작품 활동을 펼치는 정의철 작가는 전시장 1층 한쪽 벽면을 캔버스 삼았다. 검은 비닐봉지와 긴 영수증, 다 쓴 통장 사이에 작가 자신의 그림이 놓여 있다. 작가는 일하며 사람에게 상처받고, 관계가 바뀌는 과정에서 겪는 심리적 변화를 표현하고자 했다고 한다.
정연민 작가는 일상에서 발견한 물건에 표정을 그려 넣는 작업을 이어 오고 있다.
“현장에서 발견한 수도 배선, 열선에 표정을 그려 넣습니다. 생활 속에 축적된 아이디어가 일상에서 마주한 물건을 만나 표현되는 거죠. 생업은 이미 삶의 현장에 나온 걸 의미하잖아요. 일상이 만든 큰 흔적을 찾는 재미가 있어요.”
서울에서 교습소를 운영하다 수술 후 건강을 위해 서산에서 1년째 생활하고 있는 구정희 작가는 엮은 실타래 아래 일상에서 마주친 소품을 두었다. 그리고 그 옆에 다양한 색으로 엮인 사람을 두었다. 작가가 투영된 존재다.
“요즘 뜨개질을 하며 시간을 많이 보냅니다. 뜨개질을 할 때면 엉킨 실타래를 풀어 과거를 고치고, 미래를 다시 만들어 가는 기분이 듭니다. 이외에도 제가 자주 하는 것이 아파트 단지에 버린 멀쩡한 물건을 조금 손봐서 인터넷에다 파는 일인데요. 경제적 수익이 많이 나지는 않지만 물건이 팔리는 것을 보면 재밌어요. 물건을 사고 싶어 하는 사람과 나누는 대화를 통해 치유가 되기도 하고요.”
이와 함께 액자점을 운영하는 전좌빈 작가와 농사를 업으로 삼은 송호준 작가는 작품에 사회 부조리와 모순 등 사회 저항의식을 담았고, 김윤 작가는 비닐을 녹여 캔버스에 붙이는 방식으로 세계적인 건축물을 담아냈다. 액자와 캔버스를 제작하는 박일서 작가는 과거의 작품과 현재의 작품이 담긴 큐알코드를 직접 만든 액자에 담아 전시하기도 했다.

 

 

 

 

글 사진 오시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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