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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호 132호] 2018 대전문화예술정책 토론광장
2018 대전문화예술정책 토론광장
자주적 문화예술 향유, 가능할까?
지난 3월 23일, 옛 충남도청사 2층 대회의실에 생활문화예술지원단체 관계자와 시민이 한데 모였다. 대전문화예술정책에 관해 토론을 벌이기 위해서였다. 문재인 정부 주요 문화정책인 ‘일상에서 누리는 생활문화 시대’에 맞춰 대전시 생활문화정책을 진단하고 지원제도 마련을 위한 의견수렴과 방안을 모색하는 자리였다.
시민의 목소리를 듣다
‘지역과 일상에서 문화를 누리는 생활문화 시대’는 문재인 대통령이 발표한 67번째 국정과제다. 국민 모두가 생활 속에서 문화예술 활동을 펼치고 향유하며 문화예술에 대한 만족감을 느낄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지역문화진흥법 제2조에 따르면 생활문화는 ‘지역 주민이 문화적 욕구 충족을 위해 자발적이거나 일상적으로 참여해 행하는 유·무형의 문화적 활동’을 일컫는다. 전문 예술인에 집중한 정책이 아닌, 지역 주민과 아마추어 예술인의 자발적 문화예술 활동 장려와 예술 향유의 기회를 위한 맞춤 시민문화 정책이다.
지역 주민의 문화적 욕구 충족을 위해서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지역문화진흥의 기본원칙에 따른 지역문화진흥정책을 추진해야 한다. 지역 간의 문화격차 해소와 지역문화 다양성의 균형 있는 조화, 지역 주민 삶의 질 향상 추구, 생활문화가 활성화될 수 있는 여건 조성, 지역문화의 고유한 원형의 우선적 보존이 기본원칙이다. 이를 토대로 각 지역에서는 다양한 문화예술지원 사업을 추진한다.
대전에서는 대전문화재단이 지역 아마추어 문화예술단체의 예술활동을 지원하여 문화를 즐기는 시민 양성 등의 생활문화예술지원사업을 펼친다. 공공기관을 제외하고 민간이 운영하는 갤러리나 작은 서점 또는 카페 등에서도 다양한 문화예술 강좌를 활발히 진행한다. 이제 더는 시민의 문화예술 활동과 향유가 수도권의 전유물은 아닌 셈이다.
물론 많은 문제에 직면해 있다. 지역에서 활동하는 아마추어 문화예술단체에게 예술활동을 지원하는 창구는 있지만, 체계적이지 못하고 각 지역구마다 문화시설 편중도 심하다. 대전시 문화시설 현황을 보면, 다섯 개의 지역구 중 45개의 시설을 갖춘 서구가 단연 1등이다. 다음으로는 유성구 43개, 중구 40개로 비슷하지만, 18개와 11개의 시설을 보유한 대덕구와 동구는 다른 지역구에 비해 문화시설이 현저히 부족한 상황이다. 문화시설의 구별 격차 또한 계속해서 벌어지고 있다. 문화시설의 편중과 더불어 지원 사업 역시 전체의 77%가 서구와 중구에 집중되어 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2018 대전문화예술정책 토론 광장이 열렸다. 주체적으로 지역에서 문화예술 활동을 이어가는 시민이 목소리를 내고 이를 수렴하여 정책에 반영하고자 진행한 행사다.
시민이 말하는 대전시의 생활문화
생활문화예술지원사업 제도와 사례에 관해 단국대 문화예술대학원 이희성 교수와 당진문예의전당 문옥배 관장의 발제가 끝난 후 본격적인 토론에 들어갔다. 토론은 총 세 가지 주제를 가지고 이루어졌다. 주제는 ‘보편적 문화 복지와 문화일상화를 위한 공동체 구성’과 ‘대전시 맞춤형 생활문화 지원제도’, ‘생활문화 공간조성을 통한 문화격차 해소’로 이루어졌다.
1주제 ‘보편적 문화 복지와 문화일상화를 위한 공동체 구성’에서는 생활문화 동아리 활성화 방안과 생활문화를 통한 마을문화 생태계의 지속가능성, 전문예술과 아마추어 예술 간의 네트워크 구성에 대해 다뤘다. 또한 2주제에서는 생활문화예술교육 지원제도와 생활문화예술 성장단계별 프로그램 지원제도, 생활문화 활동가 지원제도에 관한 이야기가 오갔다. ‘생활문화 공간조성을 통한 문화격차 해소’를 주제로 다루는 테이블에서는 유휴공간을 활용한 생활문화 공간 조성과 생활문화 동아리 연습 및 발표 공간 확대, 기존 문화시설의 생활문화예술교육 확대에 관해 이야기 나눴다. 행사에 참석한 시민들은 각 주제에 관한 의견과 방안을 적극적으로 제시했다.
한 시간가량 이어진 토론을 마무리한 후 각 테이블의 좌장이 토론을 통해 취합한 의견을 발표했다. 1주제에서의 주된 토론 주제는 동아리 활성화 방안이었다. 대전에는 이미 많은 아마추어 예술가가 활발히 활동한다. 하지만, 이들이 활동할 수 있는 공간과 범위는 한정적이다. 그렇기에 아마추어 공연자의 발표 공간 확보를 위해 전 동부경찰서 등 유휴 공공기관 시설을 활용하자는 방안을 제시했다. 이어 전문 강사 파견과 아마추어 작품 전시 및 판매에 대한 의견도 냈다.
2주제의 토론을 이끈 박은숙 대전문화연대 공동대표는 맞춤형 생활문화 지원제도에 관해 방향성을 이야기했다. 일회성에 그치는 지원방식에서 단계적이고 지속적인 지원 방식으로의 전환이 필요하다 말하며, 문화 예산의 확충을 제안했다. 또한 생활문화는 전문예술 분야와 분리해서 지원해 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소수에 집중한 지원방식보다는 다양한 단체에 지원 기회를 제공해 누구나 생활문화를 누리고 향유할 수 있는 제도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3주제에서는 생활문화 공간 조성을 통한 문화격차를 해소하기 위해 생활문화 지원 체계를 명확히 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양한 기관에서 생활문화 지원을 많이 실행했지만, 지원 체계와 주체가 혼란스럽다는 의견이 있었기 때문이다. 아무래도 주체가 다양하고 복잡하다 보니, 문의와 요청에 있어서 어려움을 겪은 시민이 대다수였다. 그렇기 때문에 체계를 명확히 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시민이 대관하여 사용할 수 있는 공간이 많지만, 이러한 공간에서 자체적인 행사가 계속해서 이루어지다 보니 정작 이용해야 할 시민이 이용할 수 없는 상황이 벌어진다고 말했다.
각 주제별 좌장은 다양한 의견을 제시했지만, 주된 이야기는 문화시설 확대였다. 대전시에 많은 문화시설이 존재하지만, 사실상 이를 이용하는 대상은 한정적이다. 문화시설 대다수가 서구와 유성구, 중구에 집중되어 있고 문화 소외 지역인 대덕구와 동구는 여전히 시설이 부족한 상황이다. 시설이 부족한 만큼 지원 역시 타 지역구에 비해 적을 수밖에 없다.
생활문화예술정책을 실행하면서, 시민이 자발적으로 문화를 향유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문화시설이 일상 생활 주변에 가까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 이날 토론회의 주된 결론이었다.
글 사진 이주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