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토마토를 창간하겠다고 마음먹은 순간이 언제였는지 정확하게 말하기는 어렵습니다. 다양한 의식의 흐름이 쌓여 만들어 낸 결과겠지요. 그럼에도 2002년 월드컵을 떠올리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그때를 기억할 겁니다. 우리나라 국가대표가 거둔 놀라운 성적보다는 뜨거웠던 응원전이 더욱 기억에 남지 않나요?‘Be the REDS’라고 적힌 붉은색 티셔츠를 맞춰 입은 남녀노소가 한 공간에 모여 정말 미친 듯이 응원을 펼쳤습니다. 그 현장에 기자로 있었습니다. 직업이 직업인지라 섞이지 못한 채 관찰자 시점으로 목도했지요. 정말 충격적인 모습이었습니다. 많은 언론은 ‘우리 민족의 흥과 성숙한 시민 의식’을 보도하느라 여념이 없었습니다.

하지만, 저는 무척 혼란스러웠습니다. ‘아니, 왜?’라는 질문이 떠나지를 않았습니다. 평소에 축구 팬층이 두터워 훌리건 문제가 심각할 정도로, 축구를 사랑했던 나라도 아니었으니 그 의구심은 더욱 컸습니다. 그 ‘현상’에 관해 정확한 분석을 내놓을 수는 없습니다. 다만, 우리가 처한 현실을 보여 주는 중요한 ‘순간’이라는 생각은 확실하게 들었습니다. 그 순간은 긴장감 없이 마주한 완벽한 해방의 시간이었을 겁니다. 끊어지기 직전까지 팽팽하게 당겨져 있던 온몸의 신경 줄이 약간이나마 느슨해지는 기분을 느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지난 100년 우리 사회는 늘 초긴장 상태를 요구했으니까요. 이와 같은 완벽한 해방감을 느끼는 순간을 그리 많이 경험해 보지 못했을 겁니다.

그 ‘순간’,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왜 우리는 일상적인 해방감을 느끼며 살 수는 없는 걸까, 그런 ‘순간’을 일상적으로 경험할 수 없는 걸까. 월드컵처럼 국가 권력이 움직이지 않고는 불가능한 것일까.

그렇게 생각이 닿은 것이 일상적 감동이었습니다. 가슴에 파문을 일으키는 ‘순간’을 일상적으로 경험하기. 지금 삶의 형태에서는 불가능하다고 생각했고, 그것이 돌멩이를 던지며 파문을 일으키고 싶었던 이유입니다.파문의 시작은 ‘예술’이었습니다. 출퇴근길에 우연히 마주한 거리 공연에서 커피 한잔 생각난 카페에 들어서서 만난 그림이나 작은 공연을 통해서 그 ‘순간’을 마주하기를 기대했습니다.

월간 토마토 발행을 비롯해 우리가 지금까지 벌인 대부분의 사업은 이 맥락 안에 놓여 있습니다. 이제 좀 더 집중적으로 그 ‘순간’에 집중할 생각입니다. 그 순간이 모여 의미 있는 삶이 될 수 있도록 말입니다.

2017년 9월호 월간 토마토부터는 사단법인 모먼트에서 발행합니다. (사)모먼트는 문화예술월간지 월간 토마토 발행과 함께 도서출판 월간토마토라는 브랜드로 단행본 출판사업을 계속 이어 갑니다. 또한 지금까지 우리가 벌였던 다양한 문화예술사업도 함께 펼칠 것입니다. 교육과 강좌를 통해 독자여러분과 만날 기회를 더욱 확대하겠습니다. 여기에 더해 공정여행이라는 콘셉트를 기반으로 지역개발과 국제협력 사업도 펼칩니다.

이 모든 일련의 활동이 우리와 함께하는 여러분의 삶과 이 세상에 일상적이면서도 중요한 ‘순간’이기를 희망합니다. 위로와 감동을 주고 혁신적인 영감을 제공하는 ‘순간’이기를 희망합니다.

월간 토마토뿐만 아니라 사단법인 모먼트에서 제공하는 다양한 콘텐츠와 함께해 주시기를, 응원과 성원 보내 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2017년 8월

월간 토마토 편집인 이용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