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을 사랑합니다 - 정철展 :: Painting
                      
『 당신을 사랑합니다 - 정철展 』
Jong Chul Solo Exhibition :: Painting
전시작가 ▶ 정철(Jong Chul 鄭澈)
전시일정 ▶ 2016. 04. 07 ~ 2016. 04. 20
초대일시 ▶ 2016. 04. 07 AM 10:30
관람시간 ▶ Open 10:00 ~ Close 18:00(월요일 휴관)
                      
모리스갤러리(Morris Gallery)
대전시 유성구 도룡동 397-1
T. 042-867-7009
www.morrisgallery.co.kr
                          
    
            
● 함몰되지 않기 위한 몸짓, 그 변주를 읽다
-존재라는 거푸집 안에서의 다층적 공존방식
                 
★홍경한(미술평론가)
              
                
예술가들은 동기화하거나 재해석할 뿐 더 이상 신이 창조한 자연을 캔버스에 올곧이 있는 그대로 옮기려하지 않는다. 재현의 대상으로써의 자연이 표현의 대상으로써의 자연으로 자릴 바꾼 지도 오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연은 여전히 예술가들에게 태초의 날것이요, 시(詩)이며 화(畵)이고 악(樂)이다. 작화를 통해 이룰 수 있는 삶의 매개이자 회로이면서 묵묵한 예술적 지표다.
                   
                              

작가 정철의 작업 배경에도 자연이 놓여 있다. 첫 개인전을 연 1993년 이후 발표한 <무덤 앞에서> 시리즈는 ‘목마른 그리움이 목 타는 그리움’으로 치닫던 일상을 기억의 환류 아래 담아낸 연작이다.1) 어딘가 정처 없는 읊조림이 낱낱이 새겨져 있다는 것이 특징이다. 2000년대 초반부터 작업해온 <믿고 싶은 땅>과 <산> 시리즈 역시 작가의 마음에 담긴 대지와 거대한 자연의 위용 및 본질을 자신의 존재성과 결부시킨 작업으로 판단할 수 있다. 그러나 여기서의 자연은 실체적 자연이 아니라 부재한 존재를 대리하는 기호이며 결핍된 유토피아로써의 자연이다.
흥미로운 것은 그의 화사를 관통하는 변주이다. 우선 정철의 작업을 대표하는 <믿고 싶은 땅>과 <산> 연작은 조형형식면에서 사뭇 다르다. 전자는 비교적 추상적, 은유적 여운이 강하지만 후자는 산(山)의 형상과 물의 흐름, 사람의 모습까지 구체적으로 곁들이고 있어 구상계열에 가깝다. 또한 전자는 가감과 생략을 통한 꿈틀거림이 인상적일뿐더러 짙은 그리움과 고독을 풀어헤치는 격정성이 눈에 띄는 반면, 후자는 차분함과 일상성이 지배적이다.
주 색깔과 표현에서도 차이가 크다. <믿고 싶은 땅>이 대체로 강렬하고 갑작스러워 누르기 어려운 감정 아래 단일색으로 완성된다면 <산>은 상대적으로 다양한 컬러와 묘사를 내보인다. 특히 <믿고 싶은 땅>은 재료의 선택이 자유로운 대신 <산> 시리즈는 개념적으로 자신만의 방식으로 해석한 리얼리티라는 점에서 일정한 차이를 나타낸다.
드물게도 작가는 서로 상이한 듯한 이 두 형식의 작업을 격년제로 펼쳐낸다. 한해는 <믿고 싶은 땅> 연작을, 그 다음해는 <산> 연작을 제작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하는 이유에 대해 작가는 “스스로의 자기함몰에 젖지 않기 위함”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필자가 보기에 그것은 예술적 인간으로 살기 위한 자발적 담금질로 비춰진다. 흡사 느닷없이 불쑥 치밀어 오르는 어떤 무엇으로 인해 도무지 다음 말을 이을 수가 없을 때의 외마디 비명, 하지만 이내 침묵의 고요 속으로 침잠하는 자정순환의 고리가 아닐까 싶기도 하다. 어쨌든 그가 언급한 자기함몰의 두려움이란 작가 자신의 예술관, 지속성을 유지하기 위한 나름의 질서라고 해도 딱히 그르진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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