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친구스파이더맨
2016-12-28
어린 시절, 우리 동네 길가에는 왜 그렇게 고양이가 자주 죽어있었는지 모르겠다. 어른들이 “고양이는 요물”이라고 하도 그래서, 죽은 고양이만 봐도 안 좋은 일이 생길 것 같은 기분이 들었던 것 같다. 밤에는 또 왜 그렇게 고양이의 괴상망측한 울음소리가 무섭게 들렸는지, 마치 아기 울음소리 같은 고양이 울음소리가 귀신 소리같아 소름끼쳐 하곤 했다.
어렸을 적, 왠지 모를 선입견에 고양이는 나에게 무서운 동물이었고, 잘못 건드렸다가는 보복을 당할 것 같은 요물같은 존재였다. 한마디로 “재수없는” 동물이었다. 대부분의 시골 어른들은 고양이를 그렇게 여겼다. 왜 그랬을까.
그렇게 “재수없던” 고양이 한 마리가 지금 내방에 살고 있다. 나랑 같이.
팔월, 무덥던 어느 날 밤, 카페를 마감하고 골목을 나서는데 골목 반대편 차 밑에서 “야옹!”하는 소리가 들렸다. “야옹, 야옹!” 그 길에는 나와 노란 고양이, 그리고 뒷집 소녀 한 명 이렇게 셋이 있었다. 쓰레기를 버리러 나왔던 뒷집 소녀는 고양이를 불렀다. 길고양이스럽지 않게 그 노란 고양이는 금새 소녀에게 다가가 머리를 부볐고, 밥그릇을 내밀던 나에게도 다가와 배를 뒤집으며 애교를 부렸다. 이런 고양이는 살면서 처음이었다.
노란 고양이는 배가 고픈지 밥을 허겁지겁 먹으면서도, 경계가 아닌 애교를 늦추지 않았다. 뒷집소녀는 집에 들어가야 한다며 들어갔고, 이렇게 애교를 늦추지 않고 앵기는 밥 먹는 고양이를 한 밤 중에 바라보며 무척 난감해했다.
잠시 후 뒷집 소녀는 다시 나와 허락을 받았다며, 노란 고양이를 데리고 집으로 들어갔다. 나는 사료를 싸주었다. 혹시라도 필요할까봐.
다음날 아침 출근한 나는 카페 현관에 놓여있던, 어제 그 사료와 함께 붙어있던 메모를 보았다. “고양이가 집을 나갔어요.”, 아, 그렇구나, 그 노란고양이는 제 갈길을 갔구나.
점심나절이 되었을까, 또 어디선가 “야옹, 야옹” 고양이 울음소리가 들렸다. 어제 그 노란고양이가 카페 앞에 있었다. 집을 나갔다던 그 고양이가 나타난 것이 신기하기도 했고, 반갑기도 했다. 노란고양이는 밥을 실컷 먹더니, 카페 테라스에서 한 숨 늘어지게 자고는, 그 이후로 마치 작정이라도 한듯 카페 테라스에 자리를 잡고 살게 되었다.
소히 ‘치즈태비’ 또는 ‘치즈냥’이라 불리는 노란고양이는 이름이 ‘모짜렐라’가 되었고, 모짜렐라는 이데 고양이가 되었다. 잠깐의 외출을 빼고는 하루종이 이데에서 먹고 자고, 먹고 자고. 원래 이데에 살았던 고양이인듯 말이다.
사람을 너무도 좋아하는 모짜렐라는 누구나 부르면 “야옹!”하며 갔고, 그 누구라도 자기를 예뻐하면 배를 뒤집고 애교를 부렸으며, 길고양이임에도 불구하고, 사람에 대한 경계심은 0%가까울 정도로 사람 친화적, 적응력과 상황 판단력이 아주 뛰어난 고양이로 이데에서의 삶을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