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틸다
2016-12-19
지갑을 잃어버렸다. 지난해, 내가 직접 내 돈 주고 산 첫 번째 지갑. 오톨도톨한 검은 가죽, 두 귀퉁이엔 가짜 금장이 된 투박한 장지갑이었다. 주머니에서 툭 떨어졌는지 누가 빼 갔는지 알 순 없었다. 호떡 세 개를 사고 정신을 차려 보니 어느 시점부터 지갑이 없었다. 평소에는 현금을 갖고 다니지도 않다가 때맞춰 지갑에 들어 있던 만 원짜리 몇 장, 카드, 신분증보다 '성공 카드'를 잃어버린 게 마음에 걸렸다.
'성공 카드'는 맨 위쪽에는 '성공'이라고 쓰여 있고 그 밑으로 트로피 같은 그림이, 더 아래쪽에는 '새로운 일을 배우고 도전하기를 즐기라' 같은 글이 쓰여 있던 빳빳한 종이 카드다. 2008년에 받은 이후로 항상 지갑에 넣고 다니면서 부적처럼 여겼던 것 같다.
내 꿈에 한 발짝 다가간 것만 같았던 때, 나를 가르쳐 주신 분은 헤어지며 많은 카드가 들어 있는 박스에서 성공 카드를 골라서 주셨다. 내가 원하는 일, 그분이 먼저 하고 있던 그 일을 꼭 얻을 것만 같은 느낌이었는데, 돌이켜보면 그 카드의 의미는 그런 것이 아니었다.
나름대로 인생의 방향을 바꾸고 나서 성공 카드를 다시 들여다보니 '새로운 일'과 '도전'이라는 단어가 눈에 들어왔다. 9년을 꽉 채워 성공 카드를 지니고 다니며 카드는 여러 번 그 의미를 바꿨다.
그리고 그 성공 카드를 잃어버렸다. 서운하고 서러웠지만 이제는 다른 의미를 부여해 보려 한다. 애초부터 작은 종이 카드 따위는 내게 어떤 영향을 주지도 않았다고. 그리고 성공 카드를 다시 그렸다. 카드에는 분홍색 하트를 그리고 그 아래 '성공은 마음속에'란 문구를 적었다. 어차피 마음속에 있는 거니까 잃어 버려도 돼, 쿨한 마음 한편, 쿨하지 못함을 성공 카드를 꽉 쥔 손 모양으로 표현했다.
2017년에는 좋은 일만 생기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