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친구스파이더맨
2016-12-28
지금 계절엔 새벽이 어둡다. 6시에 일어나 여름내 다녔던 수영장을 요즘엔 갈 엄두가 나지 않는다. 6시 넘어서 눈을 떠도 바깥은 어둡다. 겨울은 아침잠을 더 달게 하는 계절이 맞다. 그런데 도저히 더 달게 아침잠을 즐길 수 없게 하는 알람이 있다.
“드르륵 드르륵…”
“야옹”
모짜렐라는 새벽녘에 어김없이 똥을 싼다. 고양이 화장실이라 부르는 모래가 쌓인 통에서 말이다. 처음에는 그냥 그런가보다 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모짜렐라가 화장실 모래를 덮는 소리가 날때 시간을 보면, 신기하게도 6시 22분이다. 이녀석은 매일 아침 6시 22분마다 똥을 싼다.
잠을 자면서 생각을 할 수 있거나, 하는건 아니겠지만, 생각을 한다. 아침이 오는 시간이 더 느렸으면 좋겠다고. 아침이 오는 알 수 없는 불안감에 꿈 속을 헤매다 이젠 잠 좀 깊이 자겠구나 싶을 때, 들려온다.
“드르륵 드르륵…”
“야옹”
이녀석 또 똥을 쌋구나. 아침 6시 22분이구나. 너무 귀찮다. 일어나서 똥 치우기. 하지만 모짜렐라의 똥 냄새는 귀찮음도 이겨낸다. 모른척 참고 잘 수가 없다.
모짜렐라는 똥을 싸고 항상 의기양양하게 외친다. “야옹”
똥을 싸고 숙련된 앞발질로 똥을 모래로 덮은 후 화장실을 빠져나오는 모짜렐라에게 나는 매번 칭찬을 했다. 어쩜 이렇게 똥을 잘 쌀 수가 있냐고, 이렇게 똥을 잘 싸고 예쁜 고양이는 세상에 너밖에 없다고, 잘했다고 말이다. 그래서인지 모짜렐라는 똥을 싸고 모래로 똥을 잘 덮어놓은 후 항상 화장실 앞에 앞에 의기양양하게 외친다. “야옹”이라고.
이젠 내가 자고 있거나 말거나 똥 싸고 나서 외친다. “야옹”
아마 여러분도 새벽똥을 치뤄낸 모짜렐라의 의기양양한 모습을 본다면, 그 외침을 듣는다면, 아침잠에서 깨어 나올 수밖에 없을 것이다.